[경기시론] ‘사람의 통일’을 지향하는 통일준비

새해 초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통일시대의 기반구축’을 올 해 국정운영의 2대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면서 ‘통일은 한마디로 대박이다’라고 했던 발언은 그간의 대통령 어록 중 최고로 기록될 만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방한 때 한민족의 통일에 대해 “역사의 힘과 인간의 희망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듯이 통일은 우리의 오랜 염원이자 숙원이다.

더욱이 대통령이 최근 대국민 담화에서 각 분야의 민간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통일준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조직으로 설치하겠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물론 모든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더욱 활발해졌다. 그동안 금강산 관광객 피격, 연평도 포격, 천안함 격침, 개성공단 폐쇄 등의 사태로 오랫동안 경색되었던 남북관계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대통령의 언어선택에서 유독 와닿는 한 마디는 ‘통일준비’이다. 준비라는 용어는 미리 마련하여 갖추고 대비한다는 의미로써 구체적인 행동을 수반하게 된다. 그만큼 통일이 가깝게 다가왔으며 이제는 어떠한 행동을 통해 실제적인 준비를 해야하는 시기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우리는 기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의 남한사회 적응에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통일 후 이질적인 남북한 주민이 함께 살아가면서 겪게 될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제한적으로나마 미리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삶의 모습은 앞으로 우리가 이룩해야 할 ‘사람의 통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사람의 통일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는 특별히 북한이탈청소년들의 남한사회 적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북한이탈청소년들은 통일 후 만나게 될 북한주민과의 ‘사람의 통일’을 이룩하는데 중요한 가교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말 현재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 2만6천124명 가운데 20세 미만이 17%(4천527명)를 차지한다. 국제이민의 경우 부모와 함께 이주한 자녀들 혹은 제2세대들이 그들의 부모 혹은 1세대 어른들보다 이주사회에 더 잘 적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이민에서의 이러한 경향은 북한이탈주민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이는 북한이탈청소년들이 성인에 비해 적응속도가 빠를 수 있다는 것일 뿐 적응과정상의 문제들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북한이탈청소년들은 학교생활 부적응의 문제, 외상 후 문화적응 과정상의 심리적 문제, 가족 내의 관계문제, 정체성 문제 등으로 학교 및 가정생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최근 각 시도 교육청이나 복지관 등을 중심으로 북한이탈청소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 늘고 있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도 북한이탈청소년들과 다양한 연령 및 직업군의 자문위원들이 1대1로 짝이 되어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성장을 도와주는 멘토링 활동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외교안보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제도적 통일준비도 필요하겠지만 사람의 통일을 위한 준비 역시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하다. 남북한의 체제와 이념, 제도의 통일도 중요하지만 남한과 북한의 사람들이 화학적으로 결합되는 사람의 통일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성공적인 통일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은 탈북을 했어도 중국을 통해 남한 소식을 북에 전하며 소통을 하는 사회이다. 북에 있는 사람들이 남한에 있는 탈북자를 부러워하고 평화통일을 꿈꾸며 기대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북한이탈주민들, 특히 장차 통일시대의 주역이 될 탈북청소년들의 삶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전선영 용인대학교 라이프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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