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플러스]지급명령이 확정된 후에도 권리 구제는 가능하다?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선 A는 몹시 상기되어 있었다. A는 “이미 오래전에 해결된 일이어서 까마득히 잊고 살았는데 난데없이 강제집행이 들어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정을 들어보니 A의 가족이 A 앞으로 온 문건(지급명령)을 깜박 잊고 전달하지 않았고, 결국 이의신청기간이 지남으로써 확정된 지급명령에 기하여 강제집행이 실시된 것이었다. 사안을 살펴보니, 다툼의 여지가 충분한 사안이었고, 무엇보다도 지급명령에서 채권자 B가 주장한 권리는 이미 오래 전에 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A는 뒤늦게 소멸시효 등을 주장하여 구제를 받을 수 있을까?

A를 구제할 방안을 찾기 전에, 먼저, 민사소송법이 정하고 있는 지급명령제도에 관하여 간략히 살펴보자.

지급명령제도는 민사소송법상 ‘독촉절차’를 말하는 것으로, 이는 통상의 소송절차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강제집행에 필요한 집행권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약식의 민사 분쟁 해결절차이다.

즉, 독촉절차는 금전, 기타 대체물, 어음·수표와 같은 유가증권의 일정한 수량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청구에 대하여 채무자가 다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될 경우에 통상의 판결절차보다 ‘간이’(서류심사만으로 지급명령을 발령하므로 채권자는 법정에 출석할 필요가 없다), ‘신속’(채무자가 지급명령을 받은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지급명령은 확정되고 확정된 지급명령에 기하여 강제집행을 실시하여 신속하게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위 기간 내에 이의신청이 있으면 통상의 소송절차로 이행된다), ‘저렴’(소제기시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인지대와 4회분의 송달료만 납부하면 된다)하게 채무명의를 얻을 수 있게 하는 절차로, 법원이 이러한 독촉절차에 의하여 발령하는 것이 바로 지급명령이다.

이처럼 지급명령에 기한 강제집행이 가능한 것은, 민사소송법 제474조가 ‘지급명령이 확정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인데, A의 권리 구제와 관련하여 살펴봐야 할 부분 역시 같은 제474조이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제474조에서 규정한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다’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즉, 대법원은 “현행 민사소송법 제474조는 확정된 지급명령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확정판결에 대한 청구이의 이유를 변론이 종결된 뒤에 생긴 것으로 한정하고 있는 민사집행법 제44조 제2항과는 달리 민사집행법 제58조 제3항은 지급명령에 대한 청구에 관한 이의의 주장에 관하여는 위 제44조 제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현행 민사소송법에 의한 지급명령에 있어서도 지급명령 발령 전에 생긴 청구권의 불성립이나 무효 등의 사유를 그 지급명령에 관한 이의의 소에서 주장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구 민사소송법뿐만 아니라 현행 민사소송법에 의한 지급명령에도 기판력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2006다73966).

따라서, A씨는 소멸시효 완성 등 청구권의 불성립이나 무효에 관한 사유를 들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고 아울러 강제집행에 대한 집행정지결정을 받아서 강제집행을 정지시킨 다음(소제기 증명서와 집행정지결정 정본을 집행법원에 제출), 궁극적으로는 청구이의의 소에서 승소하여 강제집행을 취소시킬 수 있다.

 

김영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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