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 ‘자살충동’ 3~4배 더 심하다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김모씨(38ㆍ여)는 최근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손님에게 온종일 시달리지만, ‘손님은 왕’이라는 인식 속에 인내를 강요당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병이 생긴 것. 손님의 잘못에도 김씨는 매일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 해야 한다. 온종일 분노를 삭이며 자신의 기분을 속이는 김씨는 이른바 ‘감정노동자’다.

김씨처럼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고객을 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은 일반인보다 우울한 감정을 더 느끼고 자살 충동을 더 자주 느낀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인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최근 임금 근로자 5천771명을 대상으로 한 ‘감정노동 실태와 건강영향, 정책 방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감정노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했다.

분석 결과 ‘감정을 숨기고 일함’이라는 항목에 ‘매우 그렇다’라고 답한 근로자들은 그렇지 않은 근로자들에 비해 2주 연속 우울감을 느낀 확률이 남성은 3.4배, 여성은 3.9배 높았다.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한 비율도 감정노동자들이 남자는 3.7배, 여자는 2.9배 높았고, 주관적으로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남녀 각각 2.3배, 3.5배 더 많았다.

주로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며 고객을 상대하는 감정노동자들이 고객의 폭언과 성희롱에 무방비로 노출된데다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참아야 하다 보니 정신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교수는 “고객에 의한 폭언과 폭행, 성희롱이 발생하면 사업주의 대응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며 “감정노동자의 직무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지침 마련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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