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6ㆍ4지방선거 출마자 제위(諸位)

엊그제 지방선거를 한 것 같은데 또 선거가 코앞입니다. 향후 4년의 우리 대표들을 뽑아야 하는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각 출마자들께 몇 가지 조언을 드릴게 있어 몇자 올립니다.

동의할지 모르지만 오늘, 지금 인천 시민들은 자족감(自足感)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 행복 결핍지수(이런 게 있다면)도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외지인들은 대체로 ‘인천은 살기좋은 곳이야!’ 하고들 말하는데, 정작 인천 사람들은 ‘그런가?’ 합니다.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것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웬만한 건 중앙정치의 문제로, 서울 집중 탓으로 돌립니다. 제2도시 타령을 하면서도 제2도시 품격은 논하지 않습니다.

지식인들은 제 잘난 멋에 빠져 있다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자치·성장 같은 거대 담론도 필요하지만, 시민들은 지금 ‘나의 작은 행복’에 목말라 있습니다. 지역의 열패감을 씻어내고, 희망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일이 긴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일제 강점, 6·25 전란을 겪으며 체화한 인정과 포용력을 도시발전 에너지로 승화하는 장치도 필요합니다. 결국, 초점은 생활정치가 아닐까 합니다. ‘이사 와서 살고 싶은 도시’ ‘방문하고 싶은 도시’…. 인천시장 후보를 비롯한 각 출마자들이 이런 공약과 실천 대안을 놓고 경쟁하길 바랍니다. 지역공동체 구축이란 관점에서 경계도 과감히 허물어야 합니다.

인천과 경기도는 왜 제각각이어야 하는가. 행정구역에 갇힌 인천,경기 상생 논의가 얼마나 허망한지 수십년째 보고 있습니다. 어디에 사느냐보다 누구와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차기 리더십은 이러한 경계를 허무는 결단과 통찰을 가져야 합니다.

문제는 경계가 아니라 지역자원을 어떻게 발굴해 활용하느냐입니다. 국정과 시정을 맡으려는 지도층 인사들은 춘첩을 내거는 어진 민심의 속내를 헤아려야 합니다. 또 자신에 대해 엄격하고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 공직자에 대한 선인들의 주문이었음을 상기하고 출마를 선언하기 전에 자신의 발밑을 한번 내려다 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기 바랍니다.

일본 작가 소노아야꼬의 저서 계로록은 “비판받지 않는 대가가 되면 이미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어느 분야에서든지 남의 비판을 받지 않을 정도의 전문가가 되면 이미 그때는 사회가 그의 이름만을 맹목적으로 추앙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평자들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라는 경구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 조직의 지도자 국가 단체의 지도자가 되려는 인사라면 곱씹어 볼만한 대목입니다. 민중이 우매하다고 본 지도자는 결국 민중을 적대하고 종국에는 아첨꾼이 해대는 말의 성찬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제시하는 것은 분명 리더의 몫일 겝니다. 서로 다른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서민들의 아픔을 보듬을 줄 아는 그런 리더십 말입니다. 세계화와 지방시대의 소명을 적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제대로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선거는 비전을 겨루는 게임입니다.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책임 있게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시민들에게 꿈과 희망과 용기를 주는 정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지방 선거가 인천에서부터 획기적인 전환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디 이 답답한 현실을 ‘아름다운 날’로 바꾸어가는 주인공이 되길 마음속으로 기원하겠습니다.

손일광 인천본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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