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한민국이 목재를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지를 자원화 하여 수입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조림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국가적 과제라는 생각을 하면 서 다가오는 식목일(植木日)에는 집 앞마당에 나무를 심고 가꿀 것을 다짐해 보다가 문득 4월 5일에 나무를 심는 시기로 적절한 것인지 그리고 지금의 식목일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세계 최초의 식목 행사는 미국에서 실시되었다. 1872년 4월 10일 J.S. 모턴이 주창해 미국 네브래스카주에서 제1회 식목 행사가 열렸으며, 그 뒤 네브래스카주에서 그의 생일인 3월 22일을 아버데이(Arbor Day:나무의 날)이라 하여 축제일을 정한 것이 미국 전역 및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갔다. 우리나라는 일제시대인 1911년 일본이 만든 조선총독부가 4월 3일을 식목일로 지정한 것으로 시작했고, 미군정청이 1946년에 식목일을 4월 5일로 제정하면서 오늘날까지 같은 날에 그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4월 5일이라는 날짜는 24절기 중 하나인 청명(淸明) 무렵이 나무심기에 적합하다는 이유, 신라가 삼국통일을 달성한 날(음력 2월 25일), 조선 성종이 선농단에서 직접 밭을 일군 날(1343년)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자료가 있다. 이와같이 오랜 기간동안 우리가 매년 참여해 온 식목일이 진정한 의미의 식목(나무심기)에 적합한 시기인지, 기존의 틀에 얽매여 식목일의 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산림청 등도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로 식목일의 날짜와 명칭을 변경하는 문제를 고려한 바 있다. 날짜를 3월로 변경하고 식목일을 나무 심는 행위뿐만 아니라 가꾸는 정신을 일깨우는 일도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새 명칭 후보로는 ‘산림의 날’ ‘나무의 날’ ‘산의 날’ ‘숲의 날’ 등으로 명칭을 확정한 뒤 시행할 계획이라고 발표를 했지만 벌써 5년째 진척되고 있는 사항이 없어 답답하다.
실제로 나무심기는 3월이 적당하다. 기상학자들에 따르면 한반도가 이미 온대 기후대에서 아열대성 기후대로 진입하였을 뿐만 아니라, 조경공사 현장에서는 지구온난화로 봄 기온이 계속 상승하여 4월 5일 식목일 이전에 사실상 나무심기가 거의 끝나고 있다. 삼한사온으로 변동이 심하지만 전체적으로 기온이 많이 올라 새순이 일찍 나오기 때문에 3월 말까지 대부분 지역의 나무심기가 끝나는 상황이다.
제주관광대 조경학과 하상철 교수는 “정부가 제정한 식목일은 너무 따뜻해 나무를 식재하면 살기 힘들다. 식목일은 일제시대 서울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지금과는 환경이 많이 다르다. 4월 5일 나무 심기에 적당한 곳은 강원도 산골 정도다. 이제는 식목일을 앞당겨 3월 중순 정도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1961년 식목의 중요성이 대두되어 부활되었지만 1960년에 식목일을 폐지하고 3월 15일을 ‘사방(砂防)의 날’로 지정하여 대체한 경우가 있듯이 4월 5일 보다 20일 정도 빠른 3월15일을 식목일로 지정하는 것이 지구 온난화에 부응하고 조기에 식목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는 방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지방자치시대에 지자체가 식목일을 바꾸는 것도 창조적 발상이자 창조경제의 지름길일 것이다. 중앙정부가 하지 않는다면 지방정부라도 식목일을 지정해보자
지구 온난화로 봄이 2월에 오는데도 4월의 식목일을 그대로 둘 것인가? 식목일을 바꾸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창조경제다.
박주원 前 안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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