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공의, 공공에 의한, 공공을 위한

“부천시는 도시 전체 규모로 버스도착정보시스템(BIS)을 최초로 시행한 도시로서 2001년 첫 도입했다. 전 노선에 걸쳐 BIS를 구축한 것은 부천시가 처음이다.”

국가기록원 나라기록에 기록된 설명이다. 10년 사이 버스를 탈 때 가장 달라진 변화하고 하면 내가 기다리는 버스가 몇 분 뒤에 오는지, 늦은 밤 막차가 끊겼는지 확인할 수 있는 버스도착정보시스템의 등장이다.

2001년 부천시장 재임 시절 대한민국의 발달된 IT 기술을 활용해 도입했던 것이다. 처음 시도할 때 부천시 공무원들은 서울시가 못하는 것을 어떻게 부천시가 하느냐 망설였지만, 부천이 하니깐 6년 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에 도입했고, 지금은 전국의 시민들이 버스도착정보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북경을 방문해보니 중국에서도 활용되고 있었다. 작은 도시에서 시작된 변화가 대한민국의 변화, 대한민국을 넘어선 변화를 촉발한 것이다.

경제학의 마더 테레사라 불리는 아시아 최초 노벨 경제학 수상자 아마티아 센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명백한 부정의’를 제거하고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정의이자 발전이라고 했다. 작고 사소하지만, 시민들의 삶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을 해결하는 것이 정치와 행정이 할 일이다. 정치와 행정은 ‘공공의, 공공에 의한, 공공을 위한 것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효율보다 공익성, 공공성이 우선해야 하는 철도와 의료의 민영화ㆍ영리화를 시도하고 있다. 시효가 끝난 신자유주의 이행계획서를 다시 들고 나선 것이다. 영미 신자유주의의 교리가 적시된 워싱턴 컨센서스는 ‘자본자유화’ ‘노동유연화’와 함께 ‘민영화’를 핵심의제로 내세운 바 있다. 여기서 민영화란, 국가가 담당해왔던 각종 공공서비스도 민간에 이양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미 수많은 공공서비스를 민간에게 넘겨주었던 사회다. 보육, 교육, 의료, 주택 등 더 이상 넘겨줄 것도 없는데, 그나마 남아있던 철도마저 민간에 넘겨주자는 것이 바로 철도 민영화다. 의료윤리와 건강보험으로 지켜왔던 의료의 공공성을 포기하자는 것이 의료영리화다.

거꾸로 가는 폭주기관차를 막아서기 위해서는 공영화라는 강력한 대안을 세워야 한다. ‘버스공영화’ 제안은 이러한 고민의 결과다. 경기도 대중교통에서 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는데도 버스는 민간회사가 운영하는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전락해 있다. 효율만 중시하면서 시민의 삶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실정이다. 돈벌이가 되지 않으면 있던 노선도 폐기되는 현실이다.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의 대중교통체제는 공영제가 근간이었다. 프랑스에서는 24개 도시가 무료 대중교통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공공성과 공익성에 초점 맞춘 공영 버스를 상상해보자. 일도 시작하기 전에 출근길에 진이 빠져버린 아침이 아닌 광역버스(M 버스)에 편히 앉아서 여유 있게 출근하는 하루, 우리 동네에서 경기도 저편까지 가는데 동네 사람 스무 명이 요청하면 나타나는 맞춤형 버스, 빨간색 2층 버스를 타고 혼잡한 도심지역을 자가용보다 빨리 빠져나가는 그런 상상 말이다.

상상을 현실이 되게 하는 시작에 ‘버스 공영화’가 있다. 대규모 재정을 하드웨어에 쏟는 것은 ‘투자’이고 시대와 시민의 요구에 원활하게 발맞추는 것은 ‘비용’일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공동체가 꾸는 꿈을 지키기 위해, 오로지 효율만이 최선이라고 말하면서 공익을 침해하는 세력에 맞설 때이다. 이제 탐욕의 시계를 정지시키고, 조화와 상생의 시대를 향해 나아가자. 우리 모두 공동체의 안녕을 위한 가치, 바로 공공성을 끝까지 지키는 ‘공공성의 변호인’이 되자.

/원혜영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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