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3개 학교를 시작으로 그동안 혁신학교를 확대 지정 운영해 왔는데 교육 현장이나 언론에서는 혁신학교를 놓고 찬반양론이 팽팽했다. 대표적인 예로 특정신문에 ‘혁신 가로막는 혁신학교 폐지하라!’, ‘교육혁신을 가로막는 편견과 오해’라는 제하의 기고가 잇따랐다.
기고문의 주된 내용은 전자의 경우 왜 혁신학교만 일반학교의 갑절인 180% 안팎의 운영비를 지원, 혁신학교와 일반학교로 편 가르기를 하는가와 혁신학교의 이면에는 어설프고 오염된 이념의 그림자가 있다는 내용이다.
후자는 혁신학교의 점진적 확산은 학교를 차별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의 중요한 정책은 일거에 모든 학교와 교사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기에 모델을 만들고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따라서, 일부 학교만 국한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확산 단계에 있어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의 편가르기를 한다는 주장은 오해이며 오히려 그 말 자체에 편가르기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어떤 내용이든 찬반양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학교의 여건과 환경을 고려하여 작은 실천을 통한 변화가 혁신학교의 시초라고 본다. 교육의 혁신은 한 줄 서기의 경쟁구조 속, 입시위주의 학교 교육 풍토에서 벗어나 협동적ㆍ공생적 구조를 바탕으로 치유와 돌봄, 배움과 성장의 교육 풍토로 바꾸는 것이며 문제의 해결점을 찾는데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혁신학교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좋은 시설과 좋은 교육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학교 내 인간관계임을 혁신교육현장에서 교감직을 수행하면서 배우면서 실천하고 있다.
교육 콘텐츠가 아무리 우수하다 해도 이를 운영하는 사람인 교사의 따뜻한 인간관계 형성이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밑바탕이 된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전혀 예고 없이 혁신학교로 발령을 받아 교감 업무를 수행하면서 많이 당황했다.
사관학교 생활을 거쳐 군 생활까지 적지 않은 세월을 군에서 보내서 든 습관인지 지시와 통제, 빠른 결과 도출에 길들여진 내게 조직구성원간의 잦은 토의와 이에 따른 진부한 결과 도출, 교감의 의견에 반하는 내용의 이야기가 의연중 토를 다는 듯 이해가 돼 속도 상했다. 아하! 혁신학교의 관리자는 권한 일체를 모두 무장해제해야 한다더니 이런 경우를 말하는 것이구나 생각하면서 여러 차례 갈등도 경험했다.
이런 구조를 이해하고자 혁신학교에 관한 자료와 서적을 있는 대로 찾아 읽고 관련 연수는 물론, 관심 있는 사람들과의 토론을 통해 이해를 돕고자 했다.
그리고 도달한 결론은 “스스로가 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후 과감히 나를 내려놓고 스스로가 乙이 되어야 甲이 됨을 실감한다. 철학과 비전의 공유는 평상시 교장과 교감, 교사의 토의에 따른 교감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며, 이 또한 일정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는 것을 알게 된 셈이다.
2014년 한해는 경기혁신교육 6년차를 맞아 그 성과와 일반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다. 교육혁신을 가로막는 편견과 오해도 민주적 학교공동체가 교육자치 정착의 측면에서 자리를 잡았을 때 공감으로 바뀐다. 교육에 있어 ‘자랑스러운 불통’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생각이다.
다른 생각을 비난하고 공격하기에 앞서 만나고 소통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 더 신나게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학교이다. 이것이 민주주의와 교육자치의 핵심이며, 바로 혁신교육이다.
최석진 수일여자중학교 교감ㆍ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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