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크고 높은 리더보다 앞장서고 책임지는 리더가 어떨까

중국 춘추시대(B.C 8세기~B.C 3세기) 제나라 영공은 궁녀들에게 남장을 시키는 독특한 취미를 즐겼다. 이 소문이 퍼지자 백성 사이에서도 남장을 하는 여인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소문을 들은 영공은 재상인 안영을 시켜 ‘남장 금지령’을 내렸지만 망측한 남장은 고쳐지지 않았다.

영공이 안영에게 이유를 물으니 답하기를 “전하께서 궁궐 내 남장을 허용하면서 궁궐 밖의 여인들에게만 금지하는 것은 ‘밖에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파는 것(양두구육ㆍ羊頭狗肉)’과 다르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깨달은 영공은 당장 궁궐 내 남장을 금지시켰고 다음 날부터는 백성들 사이에서도 남장이 사라졌다. 리더가 앞장서지 않으면 따르지 않는 법이다.

갑오년 인천은 앞장서고 책임지는 리더가 절실하다.

신년 초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공식 업무를 시작으로 주요 국제기구 입주 러시가 본격화 됐고, 10월에는 45억 아시아인의 축제인 2014 인천아시아 경기대회를 개최한다. 전 세계의 이목이 올 한해 동안 인천을 주시하게 된다. 기회가 온 것이다.

인천이 서울의 영원한 변방도시로 주저앉을 것인가, 인천 개항 이후 최고의 기회를 살려 서울과 어깨를 나란히 세우며 국제도시로 도약하느냐의 기로가 바로 올해이다.

그래서 인천의 리더를 뽑는 6ㆍ4지방선거는 그 어느 선거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유권자는 큰 선거일수록 크고 높은 인물, 이른바 거물급 순으로 후보를 찾아 기대를 담아냈지만, 기대만큼의 배신감과 실망감만 되돌려 받았다. 인천시장 선거 후보 물망에 오르는 여ㆍ야 정치인들도 이미 자의든 타의든 몸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당에는 당대표를 비롯해 원내수석부대표,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의 측근 국회의원부터, 동북아 허브 인천을 추진하는 현직 야당 시장까지 거물급 정치인들이 적임자를 자처하며 몸집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저마다 ‘인천과 시민의 발전을 위해서’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내심은 자신들의 정치적 계산이 먼저이다.

시장 출마를 고사하거나, 점잖게 추이를 지켜보는 예비 후보들도 있지만, 이들 역시 인천보다는 개인의 정치적 잇속에 따른 것이다. 결국 ‘밖에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파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선거 때 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후보 간의 아전인수식 주장과 책임 떠넘기기도 난무하고 있다.

인천의 재정 상황이나 루원시티 개발 지연 등 대형 현안들이 산적해 있지만 전ㆍ현직 시장 간은 물론 여ㆍ야간 후보 간에도 주장은 상이하기만 하고, 그러는 동안 인천은 더 멍들이 간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 없고, 문제 해결을 위해 내 손을 먼저 걷어 붙이려 들지 않는다. 책임을 못 느끼니 먼저 나설 일도 없는 이치이다. 물론 이 같은 행태는 여론과 유권자가 정치인들의 작은 실천을 살피기보다는 명성과 직책 중심으로 적합도를 따져대며 몸집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 원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시장 선거는 여론과 유권자가 먼저 선택의 잣대를 달리 해야 한다.

인천에 위기나 문제가 닥쳤을 때 앞장서서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과연 그동안의 위기 상황에서 정치적 솔선수범과 책임감을 보여준 후보가 누가 있는지 과거 행적도 쫓아봐야 한다.

아무리 큰 현안도 리더의 책임 있는 솔선수범 없이는 풀 수가 없는 법이다. 리더가 하지 않는데 남들이 앞장서야 할 이유를 느낄 수 없지 않은가.

몹집을 내세우는 거물급 리더보다, 작은 실천을 할 수 있는 책임있는 리더가 더 큰 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유제홍 인천본사 정치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