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해도 서울과 광주, 부산 등 주요 도시에서 굵직한 도심공공예술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올해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가 4번째 행사 개막을 앞두고 있다. 지자체의 공공예술 행사나 공공예술작품을 통해 도심 속에서 예술작품을 찾는 것이 이제 익숙한 일이 됐다.
도시 속의 예술작품은 건물과 주위환경에 생기를 주고,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서 뜻하지 않게 작품을 조우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공공예술행사가 소수만이 즐기는 행사가 되거나,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기도 한다.
지자체들 도심 공공예술 프로젝트 한창
그렇다면 지자체에서 시도하는 공공예술행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필자는 ‘시민들과의 소통’이 최우선이고, 그 다음으로 ‘지역 아이덴티티’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지난해 3월 필자가 안양문화예술재단으로 부임해왔을 때, 가장 흥미롭게 본 점은 3회까지 진행돼온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였다. 지금까지 진행된 프로젝트 자료를 훑어보면서 이 프로젝트가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행사로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행사에 대한 시민들의 인지도는 낮았고, 시민들이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부분도 부족했다.
그래서 올해 3월 개막을 앞둔 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의 시작은 지난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지난해 초, 시민토론회 자리를 마련해 시민과 시민단체 대표, 지역예술인, 언론인 등 약 2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의 방향과 사업내용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시민토론회를 통해서 성공적인 공공예술행사가 되기 위한 여러가지 의견이 모아졌다. 그 중에서도 ‘시민들과의 소통’이 가장 강조됐다.
그래서 이번 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서는 연령별, 맞춤형으로 예술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APAP 투어, 아이들과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미디어아트 교육을 하고 직접 작품을 만드는 ‘만들자 연구실’ 워크숍, 모두에게 오픈된 공공예술 아카이브 등 ‘시민들과 소통하는 예술행사’의 모습을 갖추려고 노력했다.
특히 안양파빌리온은 국내 유일의 ‘공공예술전문센터’로서 국내 공공예술의 허브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공공예술을 친숙하게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이 공간에서 시민들은 공공예술작품을 감상하고, 그에 대한 정보를 읽고 이야기해보거나 직접 작품을 만드는 등 공공예술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지자체의 문화행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 아이덴티티가 녹아 든 문화행사가 돼야 한다. 지역의 특성이나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고 추진된 공공예술행사나 프로그램은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일쑤다. 그런 점에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는 안양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공공예술행사와 연계해 조화를 이루도록 할 예정이다.
시민과 소통ㆍ지역 아이덴티티 중요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작가에게는 안양의 지역적, 문화적 특성에 맞는 작품을 제작하도록 요구한다. 아무리 유명한 작가라 할지라도 안양의 역사나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작품을 제작하기 때문에 안양에만 있는 유일무이 한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이처럼 지역의 아이덴티티를 반영한 문화예술행사는 도시와 재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힘이 된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는 시민들과 소통하고, 지역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인다. 시민들과 지자체 관계자들이 단기간의 성과나 평가로 행사를 판단하기 보다는 10년 뒤, 20년 뒤 후손들의 평가를 생각하면서 인내와 끈기를 갖고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노재천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