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살아있는 식품과 죽은 식품

옛날에는 김장이 반 식량이라고 하면서 김장을 중요시하고 집집마다 많이 담갔다. 그러나 요즘의 젊은 사람들은 세대 간의 차이 때문에 김장을 담글 줄 몰라서, 부모님의 덕을 보거나 마트에서 구매해 먹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다문화 시대가 돼 외국인들도 우리의 김치를 좋아한다. 김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반찬 중의 하나이다. 갖은 양념과 젓갈을 넣어 고유한 맛을 내고 있다. 그 종류도 여러 가지로 다양하고 맛도 저마다 독특하고 오묘하다.

이러한 김치는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식탁의 문화를 갖고 지금까지 발전해 왔다. 그러나 김치에 숨어있는 깊은 김치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식물 재료를 갖고 김치를 담갔기에, 시간이 흐름에 따라 숙성·발효돼 적당한 시기에 먹으면 아주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다.

숙성이라는 것은 시간과 온도차에 따라 발효가 되면서 익어가는 과정이다. 우리의 김치는 높은 온도에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부패하는데, 이것을 막기 위해 저온에서 장시간 보관할 수 있도록 조절하고 있는 것이 냉장고의 역할이다. 김치 뿐 아니라 막걸리와 식혜, 과일주,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의 발효식품들도 온도와 시간에 따라 발효되면서 이뤄지는 식품들이다.

이 식품들은 모두가 자연의 식물자원을 원료로 해 일정한 온도와 시간이 되면, 자체적으로 발효가 되면서 익어가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의 식품들을 살아있는 식품이라고 규정하고 싶다. 그 대표적인 것이 ‘김치’로서, 최근 세계문화유산협의회는 김치를 ‘일류무형문화재’로 등록시켰다.

그러나 서양의 통조림이나 인스턴트식품을 살펴보자. 모두가 열처리를 해 삶고 굽고 말려서 진공포장까지 함으로서, 몇 년씩의 오랜 시간을 두어도 변치 않도록 상품화해 놓았다. 그 맛과 비타민의 영양가는 어떠할까? 또한 신선함은 있을까? 모두가 죽어있는 식품들이다. 따라서 우리의 식품들을 여러 가지의 영역에서 비교 분석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그 뿐인가? 김치나 된장은 모두가 식물을 주원료로 하는 신선 식품으로서, 기름기가 전혀 없어 콜레스테롤과 같은 심혈관 계통의 성인병을 발생케 하는 요인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역시 우리의 조상들은 지혜와 슬기가 있어, 과학의 원리를 이용해 식품을 만들어 먹었다. 얼마나 지혜롭고 과학적인 민족인가? 그래서인지 우리의 평균수명은 점점 늘어가고 있어, 앞으로 20~30년 후에는 평균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으니 이러한 요인들은 우리의 음식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사료된다. 따라서 우리의 밥상에는 항상 김치와 된장찌개가 있어야 하고, 그렇게 많이 먹어도 입맛을 물리게 하거나 체하는 일도 없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요즘 다른 발효식품에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갖고 있다. 각종 열매나 이파리 혹은 나무의 줄기와 뿌리를 혼합해 소주나 설탕에 재워서, 일정한 온도에 시간이 지나면 전혀 다른 성분의 엑기스가 나오게 된다. 이러한 엑기스가 우리의 입맛과 건강을 사로잡는 일종의 건강식품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것도 역시 우리가 주로 먹는 된장과 간장의 발효 원리를 이용하여 만들어 내는 살아있는 식품들이다.

이와 같이 우리 민족은 언제나 살아있는 신선한 음식을 먹고 있으며, 각종 식물들을 원재료로 삼아 발효·숙성시켜 고유한 입맛과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김치나 고추장, 된장과 같이 각종 발효식품의 엑기스 추출물을 생산하는 방법을 더욱 연구 발전시켜,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아 우리 음식문화의 전파는 물론 외화벌이를 함으로써 창조경제를 이루는데 한 몫을 해야 할 것이다.

이세재 전 청북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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