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무역이 급속도로 위축되며 경제의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는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EU 등과의 FTA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극한 사회적 갈등을 겪기도 했다. 지난 해는 그에 필적할 만한 사건은 없었다. 하지만 정중동(靜中動)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초대형 폭풍은 없었지만 상당한 의미를 갖는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국내에서 있었던 일들을 돌이켜본다. 지난 정부까지는 통상교섭 기능과 이의 국내 이행 및 이해관계자간 조정 기능이 분리되어 있었다. 그러던 것이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산업통상자원부 한 곳으로 일원화되었다. 당시 많은 우려와 기대가 있었는데, 1년이 지나 평가해보니 우려한 것과 같이 큰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통상산업포럼’이라는 민관협의체를 통해 업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파악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꾸준히 유지된 것은 좋은 평가를 받을만하다. 최근 다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수입규제대책반을 만든 것도 의미가 있다. 온라인DB 구축을 통해 기업이 직접 민원을 접수하고 이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입을 제한하거나 외국인 투자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새로운 제도를 마련할 때에 국제규범과의 상충문제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듯한 인상을 남기기도 하였고, 그에 따라 외국 정부나 기업의 항의를 받았을 때에 자칫 우리 정부의 재량권이 위축되는 듯한 모습을 보여 국내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화평법·화관법,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 WTO 정부조달협정 개정에 이어 철도 민영화를 두고 일어난 FTA 의무 위반 논란도 이러한 비판의 연결선상에 있다. 광우병 사태와 한미 FTA를 거치며 우리 사회가 국제규범에 따른 의무와 국내적 이행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충분하지는 못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지난 수년간 우리 통상정책의 핵심이었던 FTA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한·미 FTA 비준이나 한·중 FTA 협상개시와 같은 큰 반향을 일으켰던 사건은 없었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지속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한중 FTA의 1단계 협상 완료와 함께 2단계 협상이 시작되었고, 그동안 중단되었던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의 협상이 재개되어 그 중 호주와의 협상이 타결되기도 했다.
국외에서는 비록 타결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메가 FTA의 추진이 가장 큰 흐름이었다. 초대형 FTA 추진으로 자칫 존폐의 위기까지 거론되었던 WTO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한 것도 2013년의 큰 의미 중 하나이다.
2014년은 지난 해와 조금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같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발 경기회복 전망이 얘기되고 있지만, 신흥국과의 성장불균형이 예상되는 한 늘어난 통상마찰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TPP, TTIP도 2014년 중 타결을 모색할 것이다. 이 협상의 타결은 DDA협상에도 긍정과 부정 양면 모두의 영향을 줄 것이다. 국내에서는 쌀 관세화 문제, 한중 FTA 협상 등 큰 파장을 부를 사건이 예고되어 있다.
2014년은 우리뿐만 아니라 주요국 정부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하는 상황이기에 어느 때 못지 않게 한 해가 빠르게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이 있듯, 2014년은 긴 안목과 밀도 있는 협의로 통상분야의 국익을 다지는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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