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철도파업에 대한 소고

정일형 사회부 부국장 ihju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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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로에서 수서발 KTX와 광화문을 거쳐 종로를 경유하는 열차가 출발했다. 한 선로 상의 두 열차에게는 예수님의 축복도 없었다. 많은 승객과 선로에 기댄 서민들이 충돌로 인해 만신창이가 됐다.

사정은 이랬다.

한국철도공사 수서발 KTX 법인 설립과 관련, 이를 찬성하는 사측과 저지하려는 노조가 부딪쳤다. 노조측은 조합원 총회를 갖고 KTX 법인 설립과 관련한 이사회 개최시 찬성률 80%로 총파업을 선언했고 정부와 사측은 이를 강행했다.

노조의 시각은 이사회가 철도민영화의 시작이라는 것이고 정부와 사측은 철도민영화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결국, 지난 9일 노조는 파업에 돌입했고 정부는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 파업 주도세력 10명에 대한 체포에 나서는 등 엄정 대처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파국열차는 끝내 큰 사단을 냈다.

지난 22일 경찰이 사상 처음으로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갖고 지도부가 숨어 있다는 첩보를 빌미로 민주노총 본부사무실이 있는 경향신문사옥에 진입한 것이다.

이때부터 철도파업은 끝이 보이지 않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경찰의 강경진압이 있자 곧바로 정부, 정치권, 노동계는 각자의 정당성을 내세우며 정쟁의 칼날을 더욱 곧추세웠다. 특히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통보하고 민주노총과 함께 총파업에 동참키로 했다.

그러다 철도노조 지도부들도 아예 조계사로 숨어들었고 정부는 국토부, 행안부장관에 이어 부총리까지 나서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의 정당성을 홍보했다.

끝이 보이질 않던 파국은 마침내 조계사의 중재라는 명분으로 막혀있던 대화의 문을 파업 18일만인 26일 다시 열었다.

다행이다. 문제의 해결은 언제나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며 나누는 대화에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와 사측, 노조 모두 노동법상의 합법이냐, 불법이냐는 따져서는 안된다. 다시금 법위반 여부를 협상테이블에 올리면 대화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사태가 불거진 후 한 언론사가 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1.3%가 적절한 조치, 50.4%가 과도한 조치라는 의견을 냈다.

적절하다는 응답은 시민 불편, 정부에 대한 노조의 무조건적 불신 등이 이유일 것이다. 반면 과도한 조치라고 답한 응답자들은 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과 과도한 공권력 투입에 따른 문제 악화 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들 역시 이 문제를 보는 시각이 사뭇 다르지만 그래도 정부가 무리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반영이나 하듯 26일 오후부터 노사가 마주 앉았다. 결과가 어떠하든 일단 이해당사자가 만났다는 것에 기대를 걸어봄직 하지만 여전히 변수는 있다.

이런 가운데 되새겨 볼 것은 교수들이 올해를 특징짓는 사자성어로 ‘도행역시(倒行逆施)’를 꼽았다는 것이다.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이다.

순리를 거스르면 그 사회는 혼돈뿐이다. 재개된 대화가 이번에도 자신들의 목적관철만을 위해 진행되는 도행역시의 행태를 보인다면 볼모로 잡힌 국민들에게 그 누구도 용서받지 못할 것임을 경고하고 싶다.

 

정일형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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