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이탈주민 취업박람회가 갖는 의미

현재 전국에는 약 2만5천여명의 북한이탈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2만5천명은 대한민국 인구 5천만에 비해 얼마 되지 않는 숫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불안한 북한의 정치경제사정과 중국에 떠돌고 있는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을 감안할 때 앞으로 그 수가 얼마나 늘어날지 장담하기 어렵다.

한때 탈북민, 새터민 등으로 불리던 이들은 1997년 1월 13일 제정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북한이탈주민’이라고 불리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대한민국 입국 직후 6개월간의 합동심문과 3개월간의 통일부 하나원 기초직업교육 및 사회적응교육 등을 받고 난 후 전국 각지로 거주지를 배정받아 한국사회로 편입된다. 대다수는 일자리가 많고 평양을 선호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의 특성상 수도권으로 배정받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데 현재 북한이탈주민들 상당수가 한국사회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살아온 사회문화적 환경이 틀리고 사회복지 제도에 대한 의존, 취업의 눈높이가 다른 것 등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어려운 경제사정을 들 수 있다.

입국 후 중앙정부로부터 정착지원금, 주거지원금 등 다양한 지원을 받지만 상당부분을 탈북 브로커들에게 빼앗기고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나 단순 노무직,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들에 대한 한국사회의 편견도 큰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오죽하면 북한이탈주민이 한국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일찍 와야 되고, 어려서 와야 되고, 북한 엘리트 출신이라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을 정도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 12월 11일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과 공동으로 수원 아주대학교 실내체육관에서 ‘일 드림(dream)! 희망 드림(dream)!’이라는 주제로 역대 최대 규모의 북한이탈주민 취업박람회를 개최했다.

이날 폭설에도 불구하고 800여명의 북한이탈주민들이 박람회를 찾아 박람회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작은 강당에서 몇몇 기업체를 모아놓고 구직자를 연결해 주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NH농협, 신세계푸드, DHC, 홈플러스 등 대기업과 식품제조업, 유통, 육가공, 제품포장 등 다양한 분야의 중소기업, 온라인 참가업체 등 총 72개의 구인업체가 참여해 14명이 현장채용 됐으며, 채용 적합자 94명과 재면접 대상 248명 등 300여명 이상이 취업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아 질적인 면에서도 커다란 성과를 보였다.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사회에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일자리를 얻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취업을 통해 경제적인 안정을 찾아야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편입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북한이탈주민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박람회가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은 우리 사회가 보듬어야 할 동포요 장차 통일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소중한 인적자원이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평생을 살다온 그들이기에 자본주의 시장경제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면이 있겠지만 근면, 성실, 창의적인 한민족의 잠재력은 고스란히 내재돼 있다.

현재 북한이탈주민 2명을 고용하고 있고 이번 박람회를 통해 25명을 추가 채용할 예정인 모 기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사람보다 일에 대한 열의는 훨씬 더 대단하다”고 말하고 있다. “단, 북한이탈주민들도 정부정책에만 기대지 말고 자신만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북한이탈주민들의 노력과 의지, 이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배려, 그리고 실질적 정착지원 정책이 한 데 어우러질 때 진정한 북한이탈주민의 한국사회 정착과 편입이 이뤄질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윤승일 경기도 남북협력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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