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논문이 돈이 되나?- ④ 최우수 논문 생산을 위한 전제 조건

한 나라에서 발표되는 과학 기술 논문의 양적 및 질적 수준은 그 나라의 창의력 정도를 반영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각국에서 발표되는 과학 기술 논문의 수준은 그 나라의 경제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라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발표된 논문 편수는 지난해 10위에 올라 처음으로 세계 상위 10개국에 들었다. GDP기준 순위인 15위보다 앞섰다. 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분야에 지속적으로 국가재정을 투자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우리나라는 과학 기술 논문의 지표를 꾸준히 향상시켜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추격형’ 경제에서 탈피해 ‘선도형’으로 전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창의력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과학기술 논문의 수를 현재 대비 배 이상 늘려 10만 논문시대를 달성함과 동시에 질적으로 향상된 논문을 꾸준히 발표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양질의 과학 기술 논문을 생산할 수 있을까. 과학 기술 논문이 탄생되기까지는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만을 강조하기는 어렵다. 본 지면에서는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과학 기술 논문의 질적 수준을 제고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보고자 한다.

우선 과학적 발견의 현장에서 연구 당사자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초과학을 전공으로 연구하는 연구책임자를 예를 들어 보자. 각고의 노력 끝에 10% 미만의 확률로 국가 연구비를 수주하는 것은 험난한 연구 과정의 시작에 불과하다.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의 치열한 지적 싸움과 함께 연구행정 또한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시약, 실험도구, 도서, 문구의 구입이나 연구회의 개최를 위해 사용한 영수증을 모아 정리해 숫자 하나 틀림없이 또 연구비 수주 기관의 규정에 어긋남 없이 정산해서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안은 없을까. 국가가 나서서 과학기술계에 새로운 직군을 만들어 연구책임자를 지원하게 하면 된다. 통상 ‘테크니션’으로 불리는 인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주요 연구주체인 대학, 국공립 연구소, 기업체연구소에서 이들을 정규 직원으로 직접 채용하면 이상적이겠지만 이는 시일이 걸린다.

따라서 우선 학사 이상의 학위를 가진 사람이 특정 연구책임자와 함께 3~5년 기간으로 인건비성 연구비를 신청하면 국가연구기관에서 이를 심의해 승인, 채용하는 방식이다. 테크니션은 과제 책임자의 연구실에서 여타의 다른 연구원들과 생활하면서 연구행정을 전반적으로 지원하면 연구업무의 효율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또 그만큼 연구책임자와 연구원들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

테크니션 직군은 미국을 비롯한 과학 선진국에서 이미 검증된 제도로 연구업무 효율의 향상과 함께 연구원들이 각자의 업무에 충실하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뿐만 아니라 이공계 학위 취득 후 전공에 적합한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해 힘들어 하는 다음 세대에게 새로운 직업의 문을 열어줄 수도 있다.

개별 연구실은 연구의 연속성을 담보하게 된다. 우리나라 연구역량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원생들은 일정기간 후 학위를 받고 연구실을 떠나 새로운 학생이 업무를 익힐 때 까지 공백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테크니션이 해당 연구실에서 지속적으로 연구의 기술적인 업무 지원과 행정 업무를 맡게 되면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 결과적으로 연구의 연속성이 향상되고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아도 되기에 이 또한 긍정적인 면이다.

다행히 현 정부에서는 테크니션 제도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제3차 과학기술기본계획(’13~’17)안에 따르면 연구개발에 연구자가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지원 인력뿐 아니라 기술지원 전문인력(Technician) 확충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감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아무쪼록 이런 바람직한 시도가 탄력을 받아 최우수 논문 생산의 든든한 머릿돌 역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최성화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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