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매매는 출하자가 미리 판매가격을 정한 상장 물품에 대해 도매시장법인(경매사)이 구매자(중도매인·매매참가인)에게 해당 가격과 판매물량을 제시하여 거래가 성립되는 매매방법. 수의매매는 도매시장법인이 대상물품의 판매가격을 미리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매자와 1대 1로 협의해 가격과 물량 등 거래조건을 정하는 매매방법이다.
정부는 정가·수의매매 비중을 2012년 8.9%에서 2016년 2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워 추진 중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가·수의매매가 잘 진척되지 않는 것 같다.
이에 필자는 선진 일본제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에서는 정가·수의매매를 상대매매(혹은 상대거래)라 한다. 상대매매는 2000년 4월 1일부터 전면 허용됐다. 그해 청과도매시장의 거래비중을 보면 경매 34.3%, 상대매매 65.7%로 상대매매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경매 14.9%, 상대매매 85.1%로 거래의 중심이 경매에서 상대매매로 이동됐다.
필자가 현지 조사한 후쿠오카시 중앙도매시장(청과)의 경우에도 1998년에 경매 35%, 상대매매 65%였으나 2011년에 경매는 9%로 크게 감소한 반면 상대매매는 91%로 크게 증가했다.
이처럼 상대매매 비중이 큰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가격안정화와 안정적 거래를 요구하는 대형유통업체 등의 목소리에 부응한 점이다. 대형유통업체 등 실수요업체는 가격변동 폭이 큰 경매보다는 상대매매를 선호했다.
이는 안정된 가격에 필요한 품목 및 물량을 원하는 시기에 확보할 수 있고, 경매 시작 전이라도 물품 반출이 가능해 신선도가 좋은 물품을 대형유통업체의 매장 개점시간 전에 진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경매로는 원하는 특정산지의 품목과 물량을 살 수 없는 경우가 있지만 상대매매로는 살 수 있다. 상대매매와 도매법인의 매수집하를 전면 허용도 상대매매의 증가요인이다.
여기서 후쿠오카 청과도매시장의 상대매매를 개략하면 이렇다. 매일 오후 2~3시경부터 산지 출하자와 도매법인 영업사원(경매사자격중 소지)간에 전화로 반입할 물품에 대한 상대매매 교섭이 이뤄진다. 이때 품목, 수량, 가격, 거래조건을 정한다.
도매시장에 입하된 물품은 도매법인이 경매물품과 구분해 구매자별 품목별로 나열하고 판매원표를 작성한다. 구매자는 도매법인으로부터 물품 인도표를 교부받은 즉시 물품을 인수한다. 상대매매 수수료는 경매수수료와 같은 채소 8.5%, 과일 7%를 적용한다.
일본의 상대매매제에서 다음 시사점은 참고할 만하다. 첫째, 안정적인 물량공급을 위해 산지를 규모화·조직화했다. 둘째, 대형유통업체의 구매형태는 도매시장을 이용한 상대매매로 거래한다. 셋째, 출하물품은 등급·규격 등 품위를 일정하게 출하해 신뢰를 확보한다.
넷째, 경매는 경매사가, 상대매매는 교섭력이 뛰어난 영업사원이 담당해 한 업무에 집중한다. 다섯째, 당일 상대매매 결과를 도매법인과 개설자가 홈페이지 등에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한다. 여섯째, 품위에 결점이 있는 물품은 증거 사진과 판매기록을 출하자에 전송해 협의를 통해 클레임을 해결한다. 일곱째, 소규모 구매자나 소량다품목 출하자를 배려해 품목별로 일정비율을 경매로 판매하도록 업무규정으로 정한다.
일본 도매시장은 경매중심에서 상대매매중심으로 중심축이 시프트된 지 오래됐다. 이제 우리 농수산물도매시장도 그 이유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황인석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구리ㆍ남양주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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