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멘토링

2주전 토요일엔 아주 뜻 깊은 한나절을 보냈는데, 결과적으로 보람찬 하루였다. 며칠 전 성남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고교1년생들의 진로상담 멘토 활동을 부탁하는 것이었다.

학교의 올바른 학생지도활동에 동참하기도 하면서, 이십여 년 넘게 생활해온 공무원생활을 바탕으로 못할 것도 없어, 흔쾌히 승낙했다.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저 인생 선배로서 지도해주면 되겠지’하고 있었다.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성남 송림고등학교에서 멘토를 하게 됐다. 인근 야탑고등학교와 합동으로 하는 행사였는데, 향후 ‘공무원’이 꿈이라는 학생 14명에 대하여 그룹멘토를 했다.

학생들의 자기소개서와 질문요지는 대략 이랬다. 공무원의 종류, 공무원이 되려면 무슨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몇 년이나 공부해야 하는지, 보수는 어떤지, 힘든 일이 많은지, 성격은 어때야 하는지 등의 전혀 기초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하는 질문들이었으나, 시험이 어렵고 경쟁률도 만만치 않다는 것은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고, 주위에서 공무원 하라는 권유가 많다는 것이 이구동성이었다.

그러나 어떤 학생은 공무원자녀의 대학교 학자금 지원이 안 되는 것도 알고 있기도 했다. 청춘들 고민의 일부를 느껴보았다.

나의 답변 내지 상담내용은 나의 경험과 주관을 바탕으로 7급, 9급 공무원시험을 위주로 이루어졌다. 내가 건축공학과를 졸업 후 일반 회사를 다니다, 적성도 안 맞고, 불투명한 비전관계로 진로를 바꿔 지방행정직으로 공직에 입문하였으며, 지금의 연봉과 퇴직 시 연금수준, 국가직과 지방직 및 약간의 공무원 직렬을 설명했는데, 현실적으로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나름대로 생각해왔던 방법으로, 계획성 있게 공무원 공부하는 방법부터 차근차근 설명하자, 그제야 조금씩 이해하는 듯했다.

우선 참다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대학진학을 필히 할 것을 권유하였다. 어려운 형편으로 못한다면 할 수 없지만, 일생의 꽃봉오리는 대학생활이며, 필히 거쳐야할 과정으로 알차게 보낼 것이며, 대학진학을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할 것도 같이 주문하였다. 모두 공감하는 눈치였다.

그 다음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면, 고교시절에는 국어, 영어, 국사는 남보다 열심히 공부해둘 것과,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열심히 해두면, 입사 후 유용하다고 설명하였다. 한 팀에 30분 상담인데 여섯 팀 모두 시간이 부족하였다. 못 다한 질문은 메일로 하도록 명함을 나눠주며 끝냈는데, 오랜만에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을 보았던 듯싶다.

취업철이기도 하고, 청년일자리가 사회문제인 요즈음, 학교 졸업 후에 진로 걱정하는 학생들에 대한 상담은 상당히 어려울 듯 하다. 그러나 꿈을 갖겠다는 희망적인 상담이라 답하기가 수월했던 것 같다. 오후에, 선친 기고일이라 시골집에 가는데, 문자가 왔다. “멘토링 고마웠어요. 덕분에 꿈도 생겼고, 열심히 공부하려는 마음도 생겼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멘토링이 헛되지는 않았구나 생각하면서, 공무원으로서 보람을 느낀 일 중 하나였던 듯싶다.

강구인 용인시 기흥구청 자치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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