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자치단체장선거는 1961년 폐지됐다가 1995년 부활, 사실상 지방자치가 성년식(成年式)을 치르게 되는 셈이다. 또한,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선거라 할 수 있다.
요즈음 시청이나 주민자치센터 공무원의 서비스가 은행원 못지않게 좋아졌다. 지방자치단체 민원사무 처리가 선거에서 회초리를 든 유권자를 의식해 많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예산과 각종 인ㆍ허가권을 가진 자치단체장이 지방의원과 지방공무원, 토호세력의 비호를 받아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되고 비호세력에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주려고 약속하는 등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망각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당선자와 비호세력 간 의기투합은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정인에게 주는 인사혜택 및 비리, 공사 및 인ㆍ허가 발주권, 재임 중 이권 금품수수로 인해 보궐선거를 치르는 선거비용 등이 그것이다.
이런 사유들로 볼 때 내년 지방선거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엄격히 요구되고 있다. 정치적 중립이란 공무원이 정당목적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국민에 대한 진정한 봉사자로서 자기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어느 정당이나 정파가 집권하든 공평하게 자기의 직무를 다해 여ㆍ야 간 차별없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말한다.
3ㆍ15부정선거를 거치면서 시대적 요청에 의해 국가나 지방공무원법에 신분 보장적 차원에서 정치적 중립의무가 입법화됐다. 이후 정권의 필요성 차원에서 법을 개정, 선출직공무원 및 국무총리ㆍ국무위원 등과 총장ㆍ학장ㆍ교수 등은 정치활동을 할 수 있게 했지만, 하위직공무원은 거의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은 선거중립 의무가 있지만, 국민 기본권인 정치적 표현의 자유도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위직공무원인 선출직공무원(국회의원, 지방의원)과 정무직공무원(국무총리, 국무위원 등)에게는 정치적 자유권이 인정되고 있지만, 하위직공무원에게는 인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차별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공무SNS 등에 특정후보자에 대한 불리한 글 게시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지난 대선의 조직적인 불법선거운동 수사 등은 하위직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언론을 통해 교사 및 하위직공무원의 특정 정당가입 및 정당에 당비 납부, 소속단체장의 공천후보자 선출을 돕기 위한 입당원서 배부 및 입당권유, 특정 국회의원후원회에 정치후원금 기부, 선거구민에 대한 소속단체장의 업적 홍보,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선거계획 수립 참여 및 계획 실시 지도, 선거운동에 필요한 자료제공 및 연설문ㆍ인터뷰자료 작성, 토론관련 질문수집 등이 보도되면서 이들 공무원이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공무담임권이 박탈돼 자리를 떠나는 경우도 종종 보아왔다.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 자유와 선거 중립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 고민도 필요한 때이지만,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은 추후 선거개입 문제로 대두돼 당선자가 관권 선거 시비에 휘말려 임기 내내 정당성이 결여돼 주민을 위한 복지정책을 소신껏 펼치기도 어려워 결국 지방자치 발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같은 결과를 종합할 때 하위직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준광 의왕시 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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