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하면 꼭 효도… 현실은 천하의 불효자식

취업 바늘구멍 뚫어도 여전히 경제적 지원 ‘캥거루족’ 급증

“취업하면 효도하려고 했는데, 맘처럼 쉽지 않네요.”

6개월 전 한 공공기관의 계약직으로 입사한 이모씨(28ㆍ여)는 월급날인 매달 10일이면 부모님 볼 낯이 없어진다. 취업을 했는데도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기는커녕 도리어 생활비조로 30만 원을 입금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직장을 찾아 도시로 온 탓에 월세 보증금 1천만 원도 부모님께 받은 상태다. 이씨는 “4대보험을 제외하면 한 달 실수령액이라야 120만원 정도다. 학교 때는 부모님 덕에 품위유지를 할 수 있었는데 방세와 식료품비, 교통비 등을 빼고 나면 나를 위해 쓸돈이 없어서 할 수 없이 부모님께 손을 벌리고 있다”며 “죄송하지만 자리를 잡을 때까지 당분간 부모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취업하면 효도한다’는 말이 옛말이 됐다. 청년층의 극심한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취업한 자식을 부모들이 경제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현실이 됐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자료만 봐도 취업을 했다고 해도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 등을 받는 청년층을 뜻하는 캥거루족이 48만6천명에 달했다.

실제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직장인 2천722명을 대상으로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지 여부’에 대해서 조사해 28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5명 중 1명(15.9%)이 ‘받고 있다’고 답했다. 지원을 받는 이유로는 ‘월급이 너무 적어서’(43.3%, 복수응답)가 가장 많았다. 이어 ‘주택비 등 목돈을 마련할 능력이 없어서’(25.2%), ‘부모님이 경제적 능력이 있어서’(25%) 등의 순이었으며 ‘부모님이 도와주기를 원하셔서’(10.9%) 라는 답변도 있었다.

이들이 부모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은 월 평균 87만 원으로 집계됐다. 금액별로는 ‘50만원 미만’(62%)이 가장 많았으며, ‘50만~100만원 미만’(18.8%), ‘100만~150만 원 미만’(6%), ‘150만~200만 원 미만’(5.1%), ‘200만~250만 원 미만’(3.2%)등으로 본인 월급 대비 평균 36% 수준이었다. 지원금은 주로 ‘식비 등 생활비’(30.6%)나 ‘주택비’(23.4%)로 지출되고 있었다. 이밖에 ‘보험료’(8.3%), ‘적금 등 저축’(8.1%), ‘차량유지비’(7.2%), ‘자녀 양육비’(6.3%), ‘대출금 상환비’(6%) 등도 있었다.

응답자의 2명 중 1명(47.9%)이 ‘수입이 안정될 때까지’ 부모의 도움을 받기를 원했으며 ‘결혼할 때까지’(21.3%)와 ‘부모님의 능력이 될 때까지’(17.8%) 라는 답변도 많았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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