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한국의 문화예술교육, 아직 멀었다

지난 23일 오후 2시 동국대학교에서 한국문화예술교육학회 주최의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토론 주제는 ‘문화예술교육사제도 초석이 중요하다’였고, 문제와 대안을 토론하였습니다. 현재 초·중학교에는 음악, 미술 외에 국악, 무용, 연극, 영화, 사진, 만화-애니메이션, 디자인, 공예 등을 가르치는 과목과 선생님이 배정되어 있습니다.

수능을 대비하는 수업이 아니므로 선택이거나 재량, 방과 후 수업 등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2004년 국악을 필두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입시에 찌들어 있는 현재 초·중등교육에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작한 이 사업은 현재 교육부와 같이 진행하고 있으며, 예술강사 사업으로 시작되었다가, 문화예술교육사라는 이름으로 바뀌는 시점에 있습니다. 전국 225개 대학과 13개 교육원에서 교육받고 나오는 문화예술교육전공자는 매해 8천명 내외가 될 것으로 추측합니다. 그들이 다문화예술교육사의 대상이기도 하지요.

이번 세미나에서 집중 토의한 것은 10년 이상의 전통을 갖고 있는 예술강사 사업이 문화예술교육사로 이름이 바뀌면서 어떤 점이 더 좋아졌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번 토론에서 핵심적인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먼저, 해마다 배출되는 수많은 자격증 소지자들이 과연 다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느냐 하는 의구심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로 견해가 갈립니다. 거의 불가능하다는 견해와 노력만 하면 가능하다는 견해입니다. 현재 시점에서 불가능하다는 견해에 있어서는 의견이 일치합니다. 8천명을 수용하기에 현재의 조건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전국 초·중·고는 1만1천개 정도입니다. 전국의 유치원은 약 8천개입니다. 어린이집도 4만2천개 정도가 됩니다. 이들 기관에 강사들이 파견되어 문화예술교육을 행한다면 매해 8천명이 배출되는 것도 큰 문제는 안됩니다. 예산과 수요만 있다면 해결되는 문제죠. 계산을 해보니 일년에 4조원 정도 투자하면 된다고 합니다.

유치원에서 초·중·고까지 문화예술교육을 시행하기 위해 4조원를 투자해야 하는 일입니다. 정부가 창조경제 예산을 5년간 40조원으로 잡았습니다. 대신 65만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목표지요. 투자 대비 계산으로 따지면 일년에 최소 6만개 일자리는 잡아야 하는데, 만명도 안 되는 인력에게 일자리를 주기위해 4조원를 투자하는 것은 무리한 투자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이것을 일자리 개념으로만 보면 안 된다는 게 문화예술계의 입장일 것입니다. 어린이, 학생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을 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미래의 창조적 국가원동력을 개발하는 투자라고 생각해야 하겠죠. 하지만 그러한 합의가 국민들과 얼마나 되어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전국의 학부모들이 문화예술교육에 그만한 투자를 하는 게 옳다고 찬성할 지 알 수 없습니다. 10여년 전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구로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발족하고, 문화예술교육이 정착되고 있지만, 예산부족으로 해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두 번째 문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소위 국가 자격증인데 그 체계나 기준이 잘 갖춰져 있는가에 대한 의문입니다. 10년 이상이나 교육이 진행되어 왔지만, 여전히 예술과 교육이 결합된 시스템이 부실합니다.

문화예술교육사 교과목이 배정되었지만, 교재개발도 되어있지 않고, 가르칠 사람도 변변히 없는 과목이 많습니다. 체계적으로 보면 순서가 맞지 않고, 예산배정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입니다. 문화예술교육은 예술가를 배출하는 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예술가들의 전통적인 교육방식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융합교육이어야 합니다.

국악과 무용과 연극, 영화가 서로 어우러지는 교육을 배워야 하고,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해야 합니다. 대학과 교수는 예술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많은 방법을 고안해야 하며, 정부와 소통해서 정책이 좌초되지 않도록 도와줄 책임이 있습니다. 정책은 항상 정치적인 배경 하에 만들어지므로, 정부가 바뀌면서 무책임해지는게 일상입니다. 하지만 학자들은 국민을 생각해야 하고, 부단히 노력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재형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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