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는 물론 각종 김장재료 가격이 하락하면서 예년보다 직접 김장을 담는 가정이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김장을 하겠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76%로, 지난해 설문조사 응답률인 69%보다 높았다고 한다. 보도를 보면서 벌써 김장할 때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날씨가 쌀쌀해짐을 느낀다.
겨울이 되면 월동준비로 이래저래 바쁘지만 으뜸은 바로 김장이었다. 겨우내 먹을 것이 없던 우리 식탁에 김장은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밥과 쌍벽을 이룰 중요한 먹을거리였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맘때쯤 김장보너스가 있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김장이 우리 서민들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 맘 때쯤 김장철이 다가오면 언 손을 “호~” 불어가며 배추를 절이기 위해 헹구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라고 특별히 김장을 맛있게 담그는 비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특별히 좋은 재료만을 사용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배춧속에 버무린 양념을 넉넉히 싸서 입에 넣어주었던 어머니의 김장 김치는 칼칼하면서도 시원하며, 알싸하게 매우면서도 맛은 달디 달았다.
김장 담그는 날은 작게는 가족의 대소사요, 크게는 동네잔치였다. 어머니를 비롯한 이웃 아주머니들은 전날부터 배추를 절이고 무를 썰면서 부지런히 움직이셨던 것은 물론이요, 뒷방을 지키시던 할아버지까지 나서서 장독이 들어갈 땅을 다지시거나 그것도 안 되면 간이라도 보며 “짜다”, “달다”, “이것이 부족하다”, “저것을 더 넣어 봐라”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무와 배추를 생산하는 농업인들의 땀과 정성은 변하지 않았지만 떠들썩한 동네잔치였던 김장 담그는 모습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시절이 되었다.
올해 배추와 무의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 해마다 농민들은 농산물 생산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허탈감만 더해지고 있다. 가격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농민들이 시름을 앓는 동안 정작 소비의 주체인 국민들은 관심을 저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는 배추와 무의 생산량이 작년에 비해 20%이상 증가한 159만 톤과 60만 톤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고추는 전년보다 7%이상 증가한 11만 톤이 생산되었다. 정부는 가격하락을 우려하여 안정 대책을 조기에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농민의 시름을 크게 덜어줄 것 같진 않다.
올해부터는 김장을 담그며 가족뿐만이 아닌 이웃, 친지와 소통을 해 봄이 어떻겠는가? 배추와 무 등 농산물의 소비를 위해 온 국민이 김치 담그기와 나누기 행사를 대대적으로 실천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정부는 종교단체, 기관, 자원봉사자 등과 연계 사회복지시설, 결손가정, 불우이웃에 대해 사랑의 김치 나누기 행사를 전개하고 있다. 일부의 참여가 아닌 온 국민의 참여로 참으로 따뜻한 대한민국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문제열 경기도 친환경정책팀장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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