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기도의 명품 옛길 ‘삼남길’

제주 올레의 성공으로 각 지자체마다 걷는 길 조성사업이 활성화되면서 전국적으로 걷는 길이 1천 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경기도에도 시흥시의 늠내길, 여주시의 여강길, 안성시의 두리마을산책로, 광주시의 남한산성둘레길, 안산시의 대부해솔길 등 다양한 걷는 길이 조성돼 있다.

여기에 경기도 전체를 잇는 삼남길 전 구간이 지난 5월 개통됐다. 삼남길이란 조선시대 문헌에 기록된 6개의 길 중의 하나로, 한양에서 남태령을 넘어 충청, 전라, 경상도의 삼남지방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경기도는 옛 문헌을 고증해 삼남길 구간을 복원해내고 여기에 각 구간마다 편재해있는 역사문화 콘텐츠를 연계했다. 따라서 삼남길은 각 구간을 걸으면서 구간에 있는 역사유적지를 탐방하고 여기에 얽힌 역사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역사문화탐방로라는 특징을 지닌다.

필자는 지난 봄, 삼남길을 도보여행하면서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했다. 먼저 도보여행을 즐기는 대다수의 탐방객이 여성이라는 사실이다. 도보여행은 등산과 달리 평지가 대부분이고 오르막길은 30분 이상을 넘지 않는다. 따라서 등산만큼 체력소모가 심하지 않아 여성, 특히 중장년 여성에게 적합한 운동이다. 여성이 많은 이유는 또 있다.

도보여행은 다른 운동에 비해 장비나 도구 마련에 그리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따라서 가족을 위해서는 돈을 써도 자신의 여가활동을 위해서는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여성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운동을 하기 위해 차를 타고 나가 장시간 집을 비울 수 있는 여성도 많지 않다. 따라서 도보여행은 주부들이 시간 날 때마다 집 근처의 산책길을 걸음으로써 저비용으로 건강관리를 하는데 매우 적합한 여가활동이며 생활체육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걷는 길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곳에서 중년여성들이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탐방로 관리와 시설유지에 더 꼼꼼하게 신경 써주면 좋겠다. 필자가 삼남길 탐방객들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여성과 남성이 도보여행에서 느끼는 불편은 매우 달랐다. 여성들은 긴 구간에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적다는 것을 가장 큰 불편사항으로 꼽았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걸으면서 목이 말라도 음료수를 자제한다고 했다. 또 혼자 도보여행을 할 때에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훨씬 많이 느끼고 있었다. 이에 반해 남성들은 노면상태나 안내 표지판이 미비한 점을 불편사항으로 꼽았다. 남성들 역시 중장년층이 많아 걷기에 불편한 노면에 민감하고, 큰 글씨의 안내 표지판을 원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보태자면, 현재 삼남길에서 만나는 역사문화콘텐츠가 남성과 관련된 유적지가 대부분이라는 점이 아쉽다. 이는 과거 우리 역사서가 남성 중심의 왕조사이기 때문이겠지만, 다양한 역사기록을 활용하여 여성과 관련된 문화유산을 발굴한다면 역사문화탐방로로서의 삼남길의 매력이 배가되리라 생각한다.

대장금이 한류문화콘텐츠로 외국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끌었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화성시에 소재한 융릉은 사도세자의 무덤으로만 설명되어 있지만, 실은 사도세자와 그의 부인인 혜경궁 홍씨(경의왕후)의 합장릉이다. 더불어 궁중문학의 효시로 평가되는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의 가치와 역사적 의미도 함께 소개됐으면 한다. 아무쪼록 삼남길이 누구나 안전하고 편하게 걸으면서 경기도의 역사문화도 체험할 수 있는 명품 옛길로 더 많이 알려지기를 바란다.

안태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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