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고용시장’ 훈풍?… 알고보니 ‘질 낮은 일자리’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을 졸업한 이모씨(30)씨는 지난달 정부 산하기관 인턴을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2년여 동안 스펙을 쌓으며 100여곳에 취업 원서를 넣었지만 번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경험이라도 쌓자는 생각으로 인턴경험을 시작한 이모씨의 한 달 월급은 100만 원. 이씨는 “오랜기간 취업에 낙방한 친구들 상당수가 경험이라도 쌓자며 계약직 인턴을 시작한다”며 “1년 계약이 끝나면 다시 백수로 돌아가야 하는데 막막할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20대 청년 취업자 수가 18개월 만에 증가했지만 이씨처럼 ‘질 낮은 일자리’가 늘어난 데 따른 효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20대(20∼29세)의 취업자 수는 작년 동월 대비 3만2천명 늘어난 360만7천명이다. 이에 정부는 ‘20대 고용시장의 훈풍’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기대와 달리 지난 9월 20대의 취업자 증가는 임시직과 일용직 등 이른바 ‘질 낮은 일자리’ 증가 때문으로 보인다. 20대 취업자의 종사자 지위별 증감 현황을 보면 일용직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만2천명, 임시직이 3천명, 무급 가족종사자가 6천명 늘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인 상용직은 7천명이나 감소했다.

전체 취업자의 종사자 지위별 증감 현황을 보면 같은 기간 상용직은 59만7천명이 늘었고, 임시직과 일용직은 각각 2만4천명, 6천명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늘고 있지만 20대만 ‘질 낮은 일자리’가 늘고 있는 것이다. 산업별로도 아르바이트생이 많이 찾는 ‘숙박 및 음식점업’과 ‘도매 및 소매업’이 각각 전년 동월 대비 4만7천명, 6천명 늘어난 데 반해 제조업과 교육서비스업은 각각 4만6천명, 2만2천명 줄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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