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전략이란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부양을 위해 지속해왔던 통화의 팽창 정책을 축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미국과 전 세계에 공급됐던 미국 달러화의 유동성 감소는 신흥시장국에 투자된 투자자금의 유출로 이어져 해당 국가의 주식과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고 더 나아가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이때 충분한 외환보유액(Reserve Assets) 보유는 외환시장의 혼란을 완화할 뿐만 아니라 급격한 외화 투자자금의 이탈하는 등의 금융시장 불안이 외환위기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는 완충장치 역할을 한다. 1997년 당시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는 이러한 완충장치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액의 부족으로 발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천311억달러(금 포함) 수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1위), 일본(2위), 대만(5위), 브리질(6위)에 이어 세계 7위 수준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200억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던 점을 고려하면 10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치앙마이협약 등을 통한 통화스왑까지 고려할 경우 한국의 외화조달 가능액은 최대 4천116억달러(위안화 통화스왑 제외 시 3천556억달러)까지 확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대외 경제 여건의 변동에 취약한 소규모 개방 경제라는 점과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다른 신흥시장국가들에 비해 높다는 점, 그리고 외환보유액이 늘어난 만큼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투자자금 역시 증가했다는 점 등에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우선 국제적 기준의 평가 방법을 살펴보면 국가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국제통화기구(IMF),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 별로 다양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8월 현재 국가 간 교역과 단기외채의 유출을 고려한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1천234억~2천430억달러이며 외국인 자본이 국내 증권 및 채권에 투자한 자본의 유출까지 고려한 적정 외환보유액은 최대 3천717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외환보유액의 인위적 추가 확보를 위해 필요한 비용 역시 따져봐야 한다. 현재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늘어나는 원화 통화량을 흡수하기 위해서 통화안정증권 발행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통화안정증권의 이자비용은 5조7천39억원에 달했다.
외환보유액 규모의 적절성 논란은 외환위기 발생 시 입게 되는 피해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된다. 물론 외환보유액의 추가적 확보로 모든 위기의 가능성을 막을 수 있다면 그 비용은 충분히 우리나라가 감내해야 할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국제적 기준으로 적정한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확보 논의보다는 우리나라의 외환시장이나 금융시장 전체의 기초여건을 강화할 수 있는 민간 부문의 외화자산의 확대,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강화, 단기투기자본에 대한 규제 등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더 근본적으로 잠재성장률, 경상수지, 물가 등 경제의 기초여건을 강화·유지하기 위한 노력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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