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행궁동 주민들은 화석 연료가 떨어진 미래도시 생활을 자동차 없이 9월 한 달 동안 미리 체험했다. 또 1개월의 행사 기간 중 각종 문화 행사가 연계돼 날마다 열렸다. ‘생태교통 수원 2013’이 크게 성공한 이면에는 곳곳에 배치됐던 자원봉사자들의 숨은 노력이 많다. 또 하나는 9월 27일부터 10월 1일까지 5일 동안 열린 제50회 수원화성문화제다. 특히 올해는 반세기의 연륜을 맞는 유서 깊은 해여서 정조대왕의 능행차에 50개 팀 2천여 명이 참여해 마상무예며 등불 축제 등 볼거리가 풍성했다.
필자는 두 행사에 참여하는 행운을 가졌다. ‘생태교통 수원 2013’은 처음엔 자원봉사자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수원시종합자원봉사센터에서 안내 일을 맡았다. 그러던 중 수원화성문화재단에서 ‘생태교통 수원 2013’과 제50회 수원화성문화제를 서울에서 홍보하는 수원 홍보대사 역을 맡게 된 뜻밖의 기회를 갖게 됐다. 그날이 9월 14일이다.
서울 광화문 거리가 어딘가, 그 중에서도 세종대왕 동상부근에 몽골 텐트 열두 개를 쳤다. 서울시에 쳐들어가다시피 해 점용 허가를 받아낸 자리다. 수고가 참 많았다.
이날 새벽 3시 30분 관련 직원들이 화물 세 트럭에 싣고 서울에 가 우중에 진을 친 것이다. 가설무대에서는 향토 출신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무대 뒤 스크린에서는 배경음악과 함께 정조대왕과 화성 등 관련의 나레이션으로 펼쳐졌다. 나의 역할은 정조대왕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행차에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함께 거동하는 것으로 혜경궁 홍씨 역이었다.
이미 9대 정조대왕과 혜경궁 홍씨 역에 뽑혀 출연한 바 있으므로 정조대왕 역의 연승흠씨와 더불어 궁중의상으로 분장 고증대로 취주악대 등 120명의 수행원을 거느린 채 아들 임금은 말을 타고 어머니 혜경궁 홍씨는 가마를 타 세종로를 일주하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그날 멀리서 바라본 삼각산은 유난히 청초했다. 그런데 정조대왕 혼령의 도움인가 억수로 내리던 비가 거동을 예정했던 이날 오전 11시가 되어서는 뚝 멈추는 게 신기했다. 우연치고는 너무도 기막힌 우연이다. 행차 중 연도의 서울 시민들이 보낸 박수갈채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외국인들은 사진 찍기에 바빴다. 어느 외국인은 맨바닥에 엎드려 넙죽 큰절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조대왕의 능행차 시연은 이날 오전 11시, 오후 4시 두 차례 가졌다.
제50회 수원화성문화제 개막식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은 영광이었다. 올해 특이한 것은 개막식에서 정조대왕 일대기와 화성 축성 등을 영상화 해 많은 시민들이 문화제의 의미를 알기 쉽게 한 점이다. 9월27일 화성행궁 신풍루 앞 광장에서 열린 전야제에는 무려 5천명의 인파가 입추의 여지없이 운집,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정조의 효사상은 인성의 발견이다. 동물세계에는 효가 없다. 인간에게만 효가 있다. 그 가운데서도 정조대왕의 효 사상 실체는 뭔가, 아버지를 억울하게 죽게 한 노론에 대한 보복보다는 그 한(恨)을 아버지에 대한 불세출의 효(孝)로 승화시켜 더욱 위대한 것이다.
정조대왕은 또한 영명한 계몽군주였다. 이런 임금이 만든 도시, 수원에 산다는 것은 시민이면 누구나 자긍심을 갖게 한다.
염태영 수원시장을 비롯해서 관련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 모두 수고했다.
이지현 녹색복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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