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음속에 천적을 만드는 삶의 지혜

북해에서 청어 잡이를 하는 어부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어떻게 하면 청어를 산 채로 런던까지 운송할 수 있을까?’라고 한다. 이는 청어가 시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일찍 죽어버려 제값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어부는 청어를 산 채로 런던까지 운반하여 혼자서 큰 재미를 보고 있었다.

그의 비결은 청어를 잡아먹는 메기 몇 마리를 청어가 담긴 수조 속에 함께 넣어 운반하는 것이었다. 메기가 청어를 잡아먹기 위해 수조 속을 헤엄쳐 다니는 동안 청어는 죽지 않으려고 잠시도 방심하지 않고 계속 움직였기 때문에 생존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생태계에서는 더러는 천적에게 잡아먹히기도 하지만 천적 때문에 멸종되는 일은 드물고, 천적은 오히려 생존의 요건이 된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고도의 지식정보력으로 만물의 영장이 되어버린 인간의 천적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인간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정상 정복은 하산을 위한 중간과정이다’라는 말을 생각하며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정상을 만들어가며 정복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외부가 아닌 마음속에 천적을 만들어야 한다.

첫째, 변화와 혁신의 천적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기존의 관행이나 제도에 익숙해 있어, 좀처럼 그 틀을 깨뜨리기가 쉽지 않다.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일을 할 때에는 불안하고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변화와 혁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변화와 혁신, 열정, 그리고 자신의 단점을 개성으로 차별화하고 강점으로 키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둘째, 공존의 천적을 만들어야 한다. 너보다는 나, 남보다는 가족, 친척, 친구, 동료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우리 아이들이 미래사회에서 더 잘 살기를 원한다면 함께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함께 사는 법의 반대는 독자생존이 아니라 공멸이며, 밝은 미래는 오직 공존을 통해서만 열려진다. ‘허들링’이란 알을 품은 펭귄들이 한데 모여 서로의 체온으로 혹한의 겨울 추위를 견디는 방법으로 무리 전체가 달팽이처럼 돌면서 바깥쪽과 안쪽에 있는 펭귄들이 계속해서 서로의 위치를 바꾸는 것이다.

바깥쪽에 있는 펭귄들의 체온이 떨어질 때 서로의 위치를 바꾸므로 한 겨울의 추위를 함께 극복해 가는 것이다. 세상의 온갖 세찬 바람을 이길 수 있는 힘은 서로에 대한 배려, 신뢰, 믿음,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허들링에서 온다.

셋째, 겸손의 천적을 만들어야 한다. 경쟁할 상대가 없는 전성기 때 나타나는 몹쓸 병이 바로 자만이다. 자만을 깨닫게 해주는 비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 그 소리는 듣기 싫고, 달콤한 말에만 귀 기울이기 쉬운 것이 인간이다. 오늘날 인간이 맞은 큰 위기는 ‘자만의 위기’이다. 각자의 마음속에 겸손의 천적을 만들어 무엇인가를 이룬 뒤에 찾아오는 자만을 뿌리치고 겸손을 실천해야 한다.

역사학자 토인비의 말처럼 도전과 응전이 없으면 필연적으로 위기가 찾아온다. 결국 시련, 위험, 도전이 있어야 성장, 성숙, 생존이 가능하다. 천적이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닌 고마운 존재로 남기 위해서는 천적과 어깨동무하며 살아가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삶에서 시련을 겪을 때와 뜻한 바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그 위기와 고통이 도리어 성장과 발전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삶의 지혜를 깨달아야 한다.

정종민 성남교육지원청 교수 학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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