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양성을 바탕으로 창조경제를

최근 일부 사립 대학들이 교직원 개인이 부담할 연금납부액까지 대납했다는 언론보도로 인해 대중들의 비난을 산 바 있다.

지난해 대학진학률이 71.3%로 OECD평균 대학진학률(39%)을 크게 초과하는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하면 막대한 사교육비와 치솟는 등록금에 허리가 휘고있는 대부분의 가계에서도 등록금 등 대학예산의 사용은 관심이 가는 내용이다. 이처럼 많은 부담을 감내하면서 까지 세계최고의 대학진학률을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저학력 부모세대의 대리만족 혹은 보다 넓은 취업기회 획득, 학문탐구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주된 이유는 획일화된 프로세스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 좋은 직장에 입사하는 것이 가장 모범적인 선택인 것처럼 여겨진다. 표준화된 절차에 따라 생산되는 공산품처럼 획일화된 프로세스를 선택하도록 우리 사회 전체가 암묵적으로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표준화된 과정을 밟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 것처럼 당연시되는 사회는 다양하지도 건강하지도 못하다. 이는 마치 다양한 수종(樹種)과 덤불이 섞여있는 숲이 인공조림 된 숲보다 훨씬 풍부한 생명력을 갖게 되고 병충해에 강한 것과 같은 이치다.

한 종의 나무만 있는 숲보다 소나무, 도토리나무 등 여러종류의 나무가 어우러져 있을 때 보다 많은 곤충과 식물이 찾아드는 것처럼, 대졸자 뿐만 아니라 고졸, 검정고시 출신 등도 함께 어울려 있을 때 우리 사회는 보다 건강하고 경쟁력을 갖춘 모습으로 변한다. 이런 다양성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사회시스템이 먼저 변화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가계 등 우리사회의 구성원 전체가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신용보증기금도 고졸사원 채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스펙만 쌓은 획일적 지원자 보다는 자질과 품성 등이 기관에 적합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재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얼마전 고졸인턴사원 채용에 응시한 한 학생은 지방에서 소문난 호떡명인을 찾아가 겨울방학 동안 인근 찜질방에 기거하며 호떡명인을 만나러 갔다고 한다.

결국 손편지 수십장을 써가는 정성으로 비법(?)을 전수받아 호떡가게를 운영했다고 한다. 이후 여러 사정에 따라 사업을 접었다고 했지만 당사자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한편으론 정식 창업을 했다면 신보의 청년창업 특례보증을 이용해 봄도 좋았을 거란 아쉬운 마음도 든다.

청년창업 특례보증은 청년의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시책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이 시행중인 보증제도다. 대표의 연령이 만39세 이하이고, 창업후 3년 이내인 기업이라면 소정의 요건충족시 총 3억원까지 0.3%의 낮은 고정보증료만 부담하고 신용보증을 지원받을 수 있다.

창업에는 성공의 기회와 더불어 여러 위험도 따른다. 한 번 사업에 실패하면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으로 인해 다시 재기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경제적 재기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정비되고 신보도 ‘재도전 기업주 재기지원’ 보증상품을 마련하는 등 금융기관들도 고객의 신용회복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다시 일어설 용기만 있다면 얼마간의 위험은 감수해 보는 게 청년들의 인생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청년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업을 시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충분히 마련된 사회, 실패 후에도 재기지원이 이뤄지는 사회, 학력에 따른 획일성이 사라져 취업단계 뿐만 아니라 이후 직장생활에도 차별없이 검정고시 출신과 고졸사원도 CEO를 꿈꾸는 것이 당연한 사회. 이런 사회야말로 보다 많은 이가 행복하고 사회전체가 건강하게 변화하는 창조경제의 지향점이 아닐까 한다.

선병곤 신용보증기금 경기영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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