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의 지속 가능성을 위하여

기초연금 지급과 무상보육 등 주요 국정과제를 추진하면서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복지예산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게 됐다. 그러나 애석하게 내년에도 경기부진으로 인한 세수감소 예상으로 정부는 지출이 더 많은 적자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무상보육 예산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간의 합의도출 실패로 보육대란은 진작부터 예고됐고, 서울시는 올해 2천억원의 빚을 내 급한 불을 껐지만, 경기도의 경우 130억원의 추경예산을 상정하고도 연말까지 360억원이 부족한 상황이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적자’라는 단어를 현실 속에서 자주 접하다 보니 빚에 많이 둔감해진 것 같은 느낌은 나만의 착각일까. 십여 년 전 국가 부도 위험을 경험한 우리는 ‘파산’이란 단어도 그리 생경하지 않은가 보다.

미국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십 곳의 중소도시가 연달아 파산신청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대표적 공업도시인 디트로이트가 우리 돈 20조8천억원의 부채를 못이겨 파산신청을 했다.

우리나라의 현재 공식적인 부채는 468조6천억원이지만, IMF가 발표한 ‘공공부채 작성 지침’을 적용하면 공공기관 부채까지 포함돼 1천43조4천억원으로 폭증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결코 재정 건전국이 아니며, 부채를 소홀히 여겼다간 다시 재정파탄 위기를 맞을 수 있음을 말해주는 방증이다.

지금 정부는 135조원이 들어가는 복지공약 이행 의지를 고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재원마련을 위해 증세보다는 낭비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 등의 노력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에 증세없이 지속가능한 방책은 무엇일까.

우선, 감사원 자료에 의하면 최근 3년간 사망자에게 지급된 복지급여가 639억원, 사회복지통합관리망 입력오류로 비장애인에게 오지급 된 급여가 163억원, 수급자의 소득과 재산변동 내역 미반영으로 과오 지급된 금액이 376억원, 수급자 선정을 위한 소득과 재산 파악의 부실로 과오 지급된 금액이 247억원이나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과오지급금에 대한 실제 환수액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복지예산 지출 및 전달체계를 개선하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지자체에 법적 책임을 엄히 물어 이러한 복지누수를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많은 보육시설들이 보육비 지원을 직접 받으면서도 별도의 커리큘럼을 만들어 부모의 돈을 추가로 요구하는 영리 마인드를 발동시키기 때문에 무상보육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체감도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국민들의 복지체감도를 높이고 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설이나 기관중심의 사회급여 지원정책을 지양하고 그 선택권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복지가 이제 더 이상 정쟁의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선거를 거칠 때마다 복지를 향한 구애는 여야 할 것 없이 한목소리다. 그러나 복지는 한 번 정하면 후퇴하기 어렵고 지속적으로 돈이 드는 신중한 결정임을 기억해야 한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는 옛 속담이 있다. 복지정책이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과제라면, 정부와 지방정부는 예산 확보와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어디 하나 잘못 이행되거나 새는 곳이 없도록 정책수립부터 전달 및 평가에 이르기까지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전선영 용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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