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정사회의 모델, 병역명문가에서 찾다

병역이행 당연한 가치로 인정하는

지난 3월 병무행정 설명회 자리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자랑스럽고 명예로운 일입니다”라는 말에 한 정책자문위원이 “그것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라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동안 병무청에서는 공정한 병역이행과 병역이 자랑스러운 사회분위기 조성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힘써 왔는데 이 말을 듣는 순간 병역의무가 이 사회에서 어떤 가치로 인식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한 나라의 국민이라면 납세의 의무를 다했다고 해서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병역의무도 4대 의무의 하나쯤으로 생각한다면 당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병역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20대에 신체와 시간을 구속하고 누구도 대체해 줄 수 없는 강력한 의무인 점에서 다른 의무와는 구별되야 한다고 본다. 병역의무는 마땅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나라를 위해 희생이 따라야 하므로 그 실천은 어떤 의무보다도 어렵고 신성하다고 생각한다.

정부 관료들의 인사청문회를 보면 지금은 과거와는 달리 뛰어난 인품과 능력은 물론 병역의무 이행이 도덕성의 잣대가 되고 있다. 고위층부터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보편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얄팍한 속임수로 제도를 교묘히 이용해 병역을 기피하려는 극소수의 병역의무자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어쩌면 ‘병역이 자랑스런 세상을 만들자’는 구호는 아직도 병역이행이 당연한 가치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에 병무청은 지속적으로 공정한 병역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예외 없이 병역을 부과하는 한편, 병역이행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사회에서도 이를 당연한 가치로 인정하는 성숙한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는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은 병역이 자랑스러운 사회를 만드는데 가장 핵심적인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병역명문가’는 3대 가족 모두가 현역복무를 성실히 마친 가문을 말하며, 현재까지 전국 1천908가문이 선정되었고 우리청은 241가문에 이른다. 올해 우리청에서 선정된 85가문 중 유수상 가문이 금상, 이주섭, 이수철 가문이 동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금상을 수상한 유수상 가문은 3대 11명이 총 389개월 동안 명예롭게 현역복무를 마쳤다. 1대가 한국전쟁에 참전해 무공훈장을 받았고, 2대 유수상 씨도 월남전에 참전해 전투 부대에서 충실히 현역복무를 하는 등 타의 귀감이 되는 명문 가문이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1대 유영필 씨는 두발의 총알을 맞는 위기를 겪었으면서도 ‘남자는 반드시 병역의무를 마쳐야 한다’고 항상 말했다고 한다.

‘가정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공정사회는 바로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치관이 다양한 현대사회 속에서 부모는 성공과 경쟁을 강조하기 이전에 정직과 정의를 우리 자녀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이다. 내 자식만 피해갔으면 하는 생각이 오히려 자식의 미래를 망치고 공정사회로의 도약을 방해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현 시대의 진정한 ‘명문가’란 돈과 권력을 가지고 가족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가문이 아닌 평범하지만 나라를 사랑하고 법과 원칙을 지키는 정의로운 가문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숭고한 희생 정신으로 나라를 위해 묵묵히 병역의무를 이행해 온 ‘병역명문가’야말로 진정한 명문가요, 공정사회로 가기 위한 모델로 삼기에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손종해 인천경기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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