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시농부 ‘로커보어’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지구상의 어느 지역에서도 자신의 지역에서 재배된 채소와 고기를 먹었다. 그러나 각종 교통의 발달은 지구촌을 만들었고, 이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재배된 각종 음식 재료가 싼 가격으로 지구촌 곳곳으로 공급됐다.

당장에 음식을 즐기기 위해서 우리는 미래를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식탁은 이제 더 이상 계속해서는 안 된다. 이는 지구를 지속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하게 하는 방법으로 로컬 푸드(local food)가 있다

식품의 복잡한 생산 공정과 수많은 선적과 하역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자는 취지. 그리고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친환경 트렌드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 식품을 쉽게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거대산업에서 탈피해 소비자들의 건강을 생각하겠다며 시작된 유기농이 어느새 기업화로 탈바꿈돼 본래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로커보어(locavore)’가 인기다. 우리에게 생소한 로커보어는 local(지역)과 vore(라틴어의 먹다)를 합성한 단어로 ‘지역 먹거리 주의자’를 일컫는다.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재배·사육된 먹거리를 즐기는 이들을 말한다. 로커보어는 우리의 ‘신토불이’(身土不二)와 일본의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지산지소’(地山地消)와 비슷하다.

‘로컬 푸드’(local food)를 먹는 것 외에 이 같은 소비 운동과 트렌드도 로커보어를 뜻한다.

로커보어는 단순히 신선한 식품을 먹자는 취지를 넘어 환경운동과도 직결된다. 즉, 식품의 이동거리가 짧을수록 수송용 연료 사용이 줄어들어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과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농산물이 생산지에서 각 가정의 식탁까지 옮겨지는 거리를 말하는 ‘푸드 마일리지’는 식품과 환경의 함수를 보여주는 환경지표인 셈이다. 운반거리를 줄여 신선한 음식을 먹고자하는 욕구가 늘어나는데다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건강을 위해 유기농 식품을 사고 환경을 보호하려고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제품을 구매하는 로커보어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지역생산 농산물을 소비하자는 취지를 넘어 아예 도심에서 먹을거리를 직접 길러 먹자는 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가서 로컬 푸드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 도시에서도 충분히 로컬 푸드는 가능하다. 모스크바는 전체 가구의 3분의 2가 먹을거리를 직접 재배하고, 쿠바의 아바나에서는 도시에서 소비되는 농산물의 80% 이상을 도시 텃밭에서 조달한다고 한다.

한국의 현실에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도심 아파트에서 야채를 직접 길러 먹는 것도 로커보어다. 도심 주변의 주말농장을 경작하고 옥상이나 베란다에 식물매트를 설치하여 친환경농산물을 직접 길러 먹는 도시농부가 되자.

긴 장마와 폭염의 이상기후는 우리가 쉽게 접하는 엽채류의 가격을 폭등케 하고 도심지역의 누적상승온도가 농촌지역보다 0.42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옥상에 녹지대를 만드는 것도 베란다 텃밭도, 건물의 열기와 이산화 탄소 농도를 낮쳐 도시 열섬현상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공기정화는 물론 환경학습의 장이 되며 녹색커튼 효과로 집안의 온도를 낮춰 준다.

도심 주변 주말농장 갖기와 옥상이나 베란다에 식물매트를 설치하여 농산물을 직접 조달하는 것이 로컬푸드의 첨병, 바로 도시농부 로커보어다.

서정수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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