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고등학교 무상교육, 그 취지와 진로 모색

지난달 7월30일, 새누리당과 교육부, 청와대는 국회에서 당정청 협의를 갖고 고등학교 무상교육에 대해 내년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 오는 2017년 전면 실시키로 합의했다.

고교 무상교육의 구체적 지원 대상에는 입학금, 수업료, 교과서 구입비 등이 포함된다고 언론은 전하고 있다. 그러나 중학교 무상의무교육을 보면 1985년에 도서벽지지역부터 실시하여 완전 의무교육을 한 것은 2005년이다. 20년이나 걸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4년 후에 전면 실시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 의미와 목적에 대하여 다음의 점에서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고교무상교육은 교육의 기회균등정책인가? 하는 점이다. 이번정책이 국민 모두가 부담 없이 고등학교단계까지 학교교육을 받을 수 있게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균등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12년을 기준으로 볼때, 의무교육인 중학교의 취학률이 96.1%인 점을 고려하면 고등학교 취학률이 92.6%이므로 취학율은 2%대의 증가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럼 의무교육이 아닌 무상교육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의무교육은 법적으로 국민 누구나 병역의무와 같이 의무적으로 교육과정을 이수해야한다. 그러나 무상교육은 지원자에 대하여 정부가 재정을 부담하여 무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우리경제규모에 비해 늦은 감은 있으나, 고교교육까지는 누구나 이수할 수 있게 한 무상교육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고교교육을 의무화할 필요까지는 없다. 9~12학년 동안의 고교교육이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등학교 졸업장보다는 자신의 소질과 진로에 따라 다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고 학생의 적성과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상교육이 경쟁없는 무기력한, 무능한 교육이 될까 우려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정책이 다분히 교육학적 논리보다는 정치논리로 결정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중등학교 평준화와 과외금지, 추첨제 입학이 그것이다. 그 결과 고교교육은 중학교 의무교육과 함께 2005년 전면 실시될 때까지 20년 동안 평준화 돼 왔고, 지금까지 고교교육은 그 정체성을 상실하고 완전히 입시교육기관으로 전락했다.

그래서 교육부는 2008년부터 모든 초ㆍ중ㆍ고 학교에서 국어, 영어, 수학 3개 교과에 대해 매년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 금년 4월 일선 고교에서 지난해의 서울지역 226개 고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보통학력 이상’ 학생 비율이 높은 상위 30개교 중에는 일반고 192개 중 단 2개교에 불과하고학생들의 성적은 대학수학능력시험뿐 아니라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저하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의무교육을 하는 중학교의 수업실태를 보자, 모든 학교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으나 지금 의무교육 하에 있는 중학교는 퇴학도 낙제도 없다. 수업시간에 학생을 통제할 교권도 없다. 학원강사가 매를 들면 학생지도이고, 교사가 매를 들면 체벌 또는 폭력으로 몰리기 일쑤이고, 수업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학생통제가 어렵다고들 한다.

어떻게 공교육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생각해 보자. 경쟁력없는 의무교육은 교육기능을 무기력하게 하고, 학교교육을 무능하게 했다. 중등교육이 6년간 입시교육을 하는 현 교육체계가 유지된다면 더 이상 국가의 미래도 젊은이의 장래도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금번 정부의 무상교육은 졸업생의 인성과 지식의 역량을 보증해야할 뿐만 아니라 공교육이 무상교육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교육개혁의 지렛대로 작용할 때 그 의미와 목적이 분명할 것이다.

 

오환섭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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