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변화와 조류(藻類)

현재 우리는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각종 기상이변 또는 기후변화의 증거를 직접 목격, 체감하고 있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파키스탄 사상 최악의 홍수, 유럽은 500년 만에 가장 더운 여름 등이 더워진 공기와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네이처 기후변화 저널에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기상청은 21세기 말 한반도의 기온이 20세기 말보다 4℃ 상승하고 강수량은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최근 부각되고 있는 관심대상 중의 하나가 ‘조류(藻類)’이다. 강이나 호소가 조류 번성으로 녹색으로 물들어 있는 모습을 흔히 ‘녹조(綠藻)’ 현상이라 부르며 오염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조류, 그 중 ‘남조류’는 약 35억 년 전 지구상의 최초 생물체로 이산화탄소를 소비하고 산소를 공급go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또한, 현재도 광합성을 하는 1차 생산자로서 생태계 먹이사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어 지구 환경과 생태계에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생명체이다.

그러나 꼭 필요한 것도 너무 많으면 문제가 되듯, 최근 조류가 지나치게 많이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다. 수도권 2천600만 시민의 식수원인 팔당호는 매년 조류에서 기인하는 흙냄새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이 냄새물질은 일반적인 정수처리로 쉽게 제거가 되지 않기 때문에 수돗물에 처리되지 않고 남아 불쾌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적당한 수온과 햇빛을 좋아하는 남조류의 특성으로 봤을 때 이런 현상은 기후변화와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4~5년간의 팔당호 남조류 발생조건을 조사해보면, 주로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적어 일조시간이 많을 때 발생하는 등 기상조건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6~8월에는 평년보다 기온이 1~2℃나 높은 폭염 지속으로 팔당호 녹조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했는데, 이를 2009년 하절기와 비교해보면 기후변화와 밀접한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춘천 기상대 기준 2012년 6~8월 평균기온은 2009년 동기간 대비 약 1.5℃ 높게, 강수량은 309mm 낮게 나타났다. 이로 인해 환경부 팔당호 조류경보제 기준으로 팔당댐 앞 지점의 남조류 개체 수와 발생지속기간도 약 1.6배 높게 나타났다.

다행히 올해에는 한강수계에 지속된 장마로 아직까지는 조류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최근 한 달 강수량이 2012년 팔당상수원수 냄새 발생시기 직전인 6월과 비교하여 약 7배가 많은 814.7mm로 나타나 남조류가 광합성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기상조건이 지속됐던 것이다.

우리가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게 한 가장 일등공신인 남조류가 최근 불필요한 존재이자 오염의 상징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 필자는 불편하게 느껴진다. K-water 수도사업장에서는 조류냄새 없는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고도처리시설을 도입하는 등 녹조 발생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호소내 녹조는 단순히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기후변화 대응처럼 장기간에 걸쳐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며, 더 나아가 조류와 인간이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해야겠다.

김철진 K-water 수도권운영처수질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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