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김치의 종주국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김치는 단순한 식품이 아니다. 우리 농부들의 땀이 들어 있고, 우리 어머니의 손길이 담겨 있다. 그래서 식품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김치 수입국이다. 김치 수출보다 수입이 많다. 이미 많은 식당의 식탁은 중국산 김치가 점령했다. 김치를 담글 때 필요한 채솟값은 오르고, 정작 김치를 담글 일손도 부족하다. 국내산 김치보다 20% 이상 저렴한 중국산 김치가 식당을 점령한 이유이다.
한국과 중국의 FTA 협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다른 FTA와 달리 한·중 FTA는 협상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양국은 교역규모도 크고, 산업구조가 유사해서 시장개방이 어려운 민감품목이 많다. 그래서 민감품목을 먼저 정하는 1단계 협상을 하고, 품목별 관세 철폐 수준과 유보기간은 2단계 협상을 통해 정할 예정이다. 다음 달 열리는 7차 협상을 통해 1단계 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다.
FTA는 참여하는 모든 국가가 이익을 보게 되어 있다. 이익이 나지 않는다면, 시장을 개방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래서 경제이론에 기초한 FTA 효과 분석은 늘 플러스다. 중국은 가까운 거리 만큼 우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교역대상국이다. 교역규모가 큰 만큼 경제효과도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중 FTA에 대한 찬반은 극명하게 나뉜다. 경제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김치이다. 현재 포장 김치를 생산, 판매하는 대기업도 김치 장사에서 남는 것이 없다고 한다. 채소 가격,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대기업의 김치 생산은 중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기업의 최신식 생산설비와 꼼꼼한 품질 관리가 함께하게 되면, 한국 대기업이 만든 중국산 김치의 수입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식당은 물론 일반 가정집 식탁에서 중국산 김치를 먹게 될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FTA 효과분석도 이러한 기업의 움직임을 일정 부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1만 개가 넘는 교역품목을 일일이 분석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FTA를 활용하기 위한 기업의 전략, 예를 들어 대중국 투자를 예상한다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한국 대기업이 생산하는 중국산 김치의 수입이 증가하게 되면, 채소를 생산하는 농가는 물론 김치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자동차 부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많은 중소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주로 동반 진출한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이들 중소기업의 대한국 수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한국에서 만드는 자동차 부품보다 한국기업이 만드는 중국산 부품이 분명 가격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관세까지 철폐되면, 한국기업이 만드는 중국산 부품 수입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한국에서 묵묵히 산업 현장을 지키고, 일자리를 창출했던 기업이 오히려 한국을 떠났던 기업에 그 자리를 내줘야 하는 꼴이 된다. 나갔던 돌이 굴러 들어와 박힌 돌을 빼는 형국이다.
한·중 FTA는 정치적, 외교적 목적도 무시할 수 없는 FTA이다. 우리 중소기업의 수출에서 1/4가량이 대중국 수출이다. 한·중 FTA는 활용도가 높은 FTA가 될 것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교역에 의존한 손익계산보다는 FTA 체결이 기업의 경영에 미치는 영향과 한국의 대중국 투자를 고려한 손익계산과 활용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가능한 많은 기업을 만나서 얘기를 듣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이미 발효 중인 한·미 FTA, 한·EU FTA 등을 충분히 활용해 중소기업 스스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후 한·중 FTA를 맞이하도록 시간을 벌어 줘야 한다.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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