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전 감독이 8회 연속 본선 진출의 책무를 완수하고 대표팀 감독을 사임하면서 국내ㆍ외 유명 감독들이 내년 본선 무대를 지휘할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으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축구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이끌어낸 홍 감독이 낙점했다.
대부분의 축구 관계자들과 팬들은 그가 사령탑으로 부임한 것을 환영했지만, 일부에서는 젊고 유능한 지도자인 그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성적이 부진할 경우 입을 상처를 우려하면서 이번에는 외국인 감독에게 맡기고, 그가 충분한 경험을 쌓은 뒤 지휘봉을 잡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대한축구협회와의 교감을 통해 역대 한국 월드컵대표팀 감독으로는 가장 젊은 나이에 감독으로 부임했다.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직 수행을 위해 코치 수업을 받던 러시아 안지에서 지난 6월 24일 귀국, “지금부터 대한민국 축구는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그것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을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루 뒤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는 ‘하나의 팀(One Team), 하나의 정신(One Spirit), 하나의 목표(One Goal)’를 월드컵 본선무대를 향한 슬로건으로 천명했다.
이어 홍 감독은 대표선수들의 품격과 마음가짐을 강조하면서 동안시안컵 대비 훈련에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 입소하는 선수들에게 정장차림에 정문부터 숙소까지 도보로 입장할 것을 주문했고, 자신부터 이를 몸소 실천에 옮겼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외부적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내부적인 규율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작부터 파격적인 그의 언행에 모든 축구팬들은 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홍 감독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고, 첫 시험대인 2013 동아시안컵(7월 20~28일)에 나섰다. 유럽파들을 모두 제외한 채 K리거와 J리거들로 ‘1기 홍명보호’를 꾸린 그는 불과 사흘의 짧은 소집기간에도 불구, 호주와의 첫 경기부터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스피드와 끈끈한 조직력을 선보이며 활력소를 불어 넣어 기대에 부응했다.
호주전과 중국과의 2차전에서 득점없이 무승부, ‘숙적’ 일본과의 최종전에서는 1대2로 패했지만 축구팬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그가 보여준 리더십과 비록 유럽파가 제외된 1.5군 격의 대표팀 테스트 과정에서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그동안 대표팀 주장으로 4강 신화를 일궈낸 2002 한ㆍ일월드컵과 19세이하 국가대표팀, 런던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지내면서 친화력과 소통을 실천하는 ‘형님 리더십’을 통해 축구팬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줬다.
홍 감독은 현역시절 동료들로부터 ‘흥부’라는 별명이 붙어졌다. 외형적으로 강한 카리스마를 풍겼지만 동료들에게는 언제나 배려심이 많고 다정한 ‘맏형’과도 같았다. 리더의 자질은 조직을 장악하는 통솔력과 책임감이 앞서야 한다. 홍 감독은 지난 동아시안컵 일본전을 마친 뒤 “우리 선수들은 잘 싸웠다. 패배의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고 팀원들을 격려하며 결과의 책임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리더십은 팀원이 지도자를 리더로 인정할 때 형성되며, 팀원들은 리더의 언행을 인식하고 그의 영향력을 인정할 때 그에 대해 헌신하게 된다. 또한 리더십은 조직의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조직의 과업과 구성원에게 끼쳐지는 리더의 영향력이다. 홍 감독의 리더십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홍 감독의 리더십은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리더들이 본받기에 충분하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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