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주는 우리아파트, 전력난 따윈 관심없어!

절전 우린 몰라요… 용인 ‘불야성 아파트’

흥덕지구 일부 단지 밤새도록 옥상에 휘황찬란 경관조명

전기료 체납 단전 위기 아파트도 형형색색 네온사인 밝혀

국민적 에너지 절약운동에 찬물… 市, 수수방관도 한몫

최근 전력난으로 전국적으로 절전을 강조하고 있는 분위기와는 달리 용인시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경관을 이유로 옥상조명을 고집하고 있어 야간에 불필요한 전기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9일 밤 10시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일원 흥덕지구. 각 가구 마다 하나씩 불이 꺼지고 주민들이 잠에 들 시간이지만 아파트들 마다 옥상에 휘황찬란한 조명이 번쩍거리고 있었다.

여름철 냉방기 사용 급증으로 전력난이 우려되면서 공공 뿐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냉방기나 가전제품 등의 사용을 자제하는 등 절전을 강조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풍경이다.

단지마다 LED 조명으로 된 건설사의 엠블렘과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이 켜져있어 늦은 밤이지만 멀리서도 어느 아파트인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이들 조명은 타이머 등으로 설치돼 있어 일몰시간부터 일출시간까지 밤새도록 켜져 있다.

미분양이 심각한 수지구 성복지구의 아파트단지도 옥상조명과 아파트 정문 입구를 장식한 온갖 경관조명으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으며 관리사무소에서 입주민에게 관리비를 걷고도 전기료를 내지 않아 단전 위기에 처한 기흥구 상하동 I아파트 역시 옥상조명을 환히 밝히고 있었다.

옥상조명이 설치된 아파트는 공용관리비 측면에서도 일반 아파트와 격차를 보이고 있었다. 옥상조명 전기료가 공용관리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옥상조명이 있는 368세대 규모의 영덕동 K아파트는 지난 1~6월 평균 공용관리비가 3천123만여원인 반면, 규모가 비슷하고 옥상조명이 없는 구갈동의 H아파트는 같은 기간 평균 공용관리비가 1천263만원으로 집계돼 2배를 훌쩍 넘는 차이가 나고 있었다.

주민 김모씨(48·여)는 “요즘은 전기요금도 비싸 에어컨도 잘 못켜고 사는 마당에 별로 필요치 않은 조명을 켜 놓고 부담을 주민에게 전가하는 행위는 빨리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인시는 옥상조명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이렇다할 조치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아파트 관리사무소장과 입주자대표들을 대상으로 간담회 등을 실시해왔지만 옥상조명과 관련한 협조 등을 요청했던 적은 없다”며 “전력낭비 지적에는 공감하지만 그동안 심각성을 느껴오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용인=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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