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빛으로 농산물 읽는 시대

세상의 시작은 137억년 전 폭발과 함께 발생한 빛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빛은 모든 만물이 생성되면서부터 존재했으며, 또한 인간은 만물이 에너지를 주고받을 때 발생하는 빛을 감지하여 사물의 존재나 변화를 확인해 왔다.

농촌진흥청 비파괴품질계측연구실에서는 90년대 중반부터 과일의 당도나 농산물 성분이 빛의 특정 파장대와 관련이 있는 특성을 이용하여 프리즘과 같은 도구로 농산물 품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90년대 중반에 개발한 과일 비파괴 당도 선별 기술은 전국 140여개 농산물 산지유통센터에서 당도 높은 과일을 골라내는데 활용되고 있다. 제주의 경우 일본에 수출하는 감귤의 당도 선별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다.

최근 한류 열풍으로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많은 외국인이 한국의 매운 음식을 접하고 있다. 또한 고춧가루를 원료로 하는 김치, 고추장 등 우리 전통식품이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 등록되었고, 미국, 일본 등 50여 개국에 우리의 고춧가루 가공식품이 수출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김치를 비롯한 각종 매운 음식을 구입할 때 매운 맛의 정도가 매번 달라 낭패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 고춧가루 가공식품의 세계화를 위해 농촌진흥청에서는 국내에서 생산 유통되는 고춧가루의 매운맛을 빛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기존의 측정방법은 숙련된 전문가가 고가의 분석비용을 들여 약 6시간에 걸쳐 측정했지만 개발한 기술은 화학적 전처리 없이 빛을 비춰 5초 이내에 매운 정도를 빠르고 쉽게 측정할 수 있다.

이 기술 이외에도 카메라에 비춰진 빛을 이용한 연구도 진행되어 왔는데, 이를 통해 공간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본다는 것은 대상물에 빛을 비춰 반사되거나 투과된 빛을 감지하는 것으로 가시광선 영역일 경우만 가능하다. 그 이외의 영역은 이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필요하다. 비닐 씌운 애호박의 경우 비닐 위의 인쇄 때문에 일반 가시광선 카메라로는 비닐 내 애호박의 길이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

농촌진흥청에서는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파장의 빛을 동시에 감지하는 카메라를 활용하여 비닐 씌운 애호박의 길이와 색깔을 측정하는 선별기를 개발하였다.

빛의 특정 파장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공간적 정보를 같이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최근 연구실에 시도하고 있는 초분광영상기술이다. 농산물 표면 각 지점의 파장별 정보와 그 지점을 알 수 있는 공간적 정보를 동시에 활용하면 하나의 센서로 두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융복합 기술이다. 이러한 초분광영상기술을 이용해 농산물의 품질 및 안전성 평가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최근에는 발아가 잘 되는 우량종자 선별에 활용되고 있다.

인간이 어디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모르는 빛의 특징은 아직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빛을 잘 활용하면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확보와 고품질 농산물 생산에 기여할 수 있다. 처음 근적외선을 이용한 성분분석이나 품질 검사 기술이 농산물에서 적용되어 현재는 의약품 등 다른 산업에도 활용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강석원 농촌진흥청 국제기술협력과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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