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중소기업의 판매는 내수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2011년 종사자 규모 5인 이상 제조업의 판매형태를 살펴보면, 수출은 13.2%에 불과하다. 내수가 86.8%를 차지한다. 국내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음을 알 수 있다. 실제 통계는 존재하지 않지만, 종사자 규모 5인 이하 제조업의 내수시장 의존도는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한국의 내수시장은 그 규모가 크지 못하다. G20 국가 중 GDP에서 차지하는 내수시장 비중이 두 번째로 작은 국가가 한국이다. 우리의 성장구조가 수출의존형인 탓도 있지만, 부존자원이 빈약한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수시장의 성장 또한 여러 가지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내수시장 규모 자체가 작아지고 있다. 또한, 복지 부담 탓에 공적비소비지출이 커지면서 소비가 크게 위축되는 추세이다. 요약하면, 중소기업의 판로구조는 내수 중심임에도 내수시장의 성장은 그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의 수출제품은 크게 둘로 나뉜다. 수출의 75.1% 이상은 중화학공업 제품이다. 20%가 경공업 제품이고, 나머지는 1차 산품이다. 중화학공업 제품은 내수시장에서 납품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판로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수출에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수출 판로도 갖춰진 상태이다.
정부지원 또한 많은 편이다. 이에 반해 경공업 제품은 절대적으로 내수시장에서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소비재이다. 이러한 경공업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은 17만4천925개로 전체 제조 중소기업의 51.5%를 차지하고 있다. 내수시장이 위축될수록 경공업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제품의 수출이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노동집약적 제품이기 때문에 중국 등 경쟁국과 비교해서 경쟁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부분 영세하여 수출하기엔 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그렇지만, 세계시장을 다녀보면, 이들 제품에 대한 수요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재 경공업 제품을 수출하기 위한 선결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경공업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우리에게 싼 제품도 신흥국 시장에서는 비쌀 수밖에 없다. 따라서 높은 가격을 받을 만큼의 부가가치가 들어가 있어야 한다.
둘째, 경공업 제품의 수출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수입처 발굴이 필요하다. 경공업 제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이 직접 수출시장을 찾아 나서기엔 한계가 있다. 정부나 기관이 나서 이들 제품을 원하는 수요처를 발굴해 연계함으로써 수출길을 열어 줘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진출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들 매장에서 잘 팔리는 제품이 무엇이며, 어느 정도 시장규모를 가졌는지 소비재 경공업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공개하고, 필요한 부가가치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등 보다 적극적인 동반성장 전략을 취해야 한다. 소비재 경공업 제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은 그동안 동반성장과는 거리가 먼 기업들이다. 대기업이 먼저 이들에게 손을 내밀 때 함께한다는 동반성장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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