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트로이트의 농업

한 도시의 경제 성장을 이끌면서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 줄 주력 산업에는 무엇일까? 서울하면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 금융이, 부산은 항만, 수원은 전자, 울산은 자동차, 포항은 제철소 등 여러 곳에서 각 지역을 대표하는 산업과 그와 연관된 산업들이 떠오를 것이다.

각 지역의 활력과 성장을 이끌어 가기 위해 지금 세계는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세계의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어떨까? 미국의 대표 산업하면 자동차라고 하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세계 1위의 자동차 회사 GM(General Motors)와 자동차 산업의 원조인 Ford의 본사가 있는 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는 지금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디트로이트시는 미국과 캐나다가 맞닿은 오대호의 주요 도시로서 한때 미국의 4대 도시였으며 약 500만명의 인구가 그 광역권에 거주하고 있고 매년 1월이면 전세계의 자동차 기업들이 참여하는 모터쇼가 펼쳐져 미래 자동차를 놓고 세계의 주목을 끄는 곳이다. 오대호를 배경으로 해운과 철도, 고속도로 등 우수한 물류 인프라와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의 제조업과 부품, 연구 등 관련 산업이 집적된 곳으로서 미국의 번영과 경제력을 대표하는 주요 지역이다.

그러나 이 도시는 미국 내에서 크게 변했다. 미국 주요 신문 기사에 실린 디트로이트는 가난한 도시, 위험한 도시 등으로 묘사되어 있고 고등학교 중퇴율, 강력 범죄 발생률 등에서 거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내 가장 비참한 도시 1위(America’s Most Miserable City)의 불명예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후퇴하고 일본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커지는 배경 속에 자동차 공장이 폐쇄되거나 타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생긴 지역 공동화에서 연유한 것이다.

도시의 활력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대가는 가혹하다. 2010년 현재 인구는 1950년대의 1/3 수준으로 감소했고 빈집과 빈 공장이 속출해 도시면적의 30%가 빈 공간으로 방치되어 있다. 이 면적은 부천과 안양시를 합한 면적과 유사하다. 빈 건물은 관리가 안된 채 도시 미관을 해치고 청소년 범죄 등에 악용되고 있으며 시의 재정이 열악해지면서 교육, 보건, 교통 등에 대한 투자도 중단되어 있다.

도시 전체가 후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정부와 민간을 중심으로 한 도시의 재건 계획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미시간 주 정부에서는 투자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르네상스 구역을 설치하고 참여 기업에 대하여 각종 세제 혜택과 행ㆍ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는 가운데 시 정부와 주민들은 빈 공장들을 그린하우스로 바꾸고 빌딩과 주택의 옥상을 농장으로 전환하며 유휴지에 공동 농장을 만들어 유기농 작물을 재배하고 지역 레스토랑과 계약 재배를 하면서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수직농장, 양어장, 과수원 등을 갖춘 관광농원단지를 도입하는 등 생산과 관광을 연계한 농업도시로 재편하자는 아이디어들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지역에 따라서는 살기 좋은 곳으로 인식되고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시의 재정도 점차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디트로이트는 이제 도시의 활력과 미래를 마을 주민과 지방정부가 손잡은 1차, 2차, 3차 친환경 로컬 농업에서 찾고 있고 유사한 상황에 놓인 다른 대도시들도 디트로이트의 변화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김충범 경기도 농식품유통 과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