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교육부는 해마다 입시제도를 개선, 불평등 해소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학교 내에서는 불평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각 고등학교들은 입시를 위해 이른바 ‘인재반’을 운영하고 있다. 많게는 90명에서 적게는 30명까지 학교마다 자율에 의해 SKY에 갈 수 있는 가망이 있는 인재들을 대부분 성적순으로 선발해서 키우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선발된 학생들을 중심으로 모든 정책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의 다른 학생들은 들러리가 되어 여러 면에서 불평등으로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상태다. 암암리에 특정학생들을 밀어주는 관행은 곧 대다수의 다른 학생들에게 큰 피해로 돌아 온다. 이러한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교육계의 혁신은 기대할 수 없다. 공부를 못한다고 수행평가까지 깎으려 드는 것은 학교를 위한 일도 아니며 국가를 위한 일도 아니다.
더욱이 인재반을 위한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불평등을 동원해서 인재반을 밀어주기 하는 관행은 언제 사라질 것인가?
온 나라가 밀어주기 관행에 몸살을 앓고 있다.
형제그룹을 물량으로 밀어주기, 교장공모제에서 특정인 밀어주기, 펀드에서 계열사 밀어주기, 가족회사 밀어주기, 아파트 관리업체 밀어주기, 건설사의 입찰을 건설사끼리 밀어주기, 특정업체 밀어주기, 선거로 특정인 밀어주기 내신성적 밀어주기 등의 관행은 ‘실패 가능성’이 높은 밀어주기 관행이다.( <다이아몬드 딜레마> , 타릭 후세인. 2006, 랜덤하우스 코리아) 지금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점 중에 대기업만 살아남는 지배구조가 이때 형성된 셈이다. 지금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기업하기 힘든 나라가 되지 않았는가? 다이아몬드>
또 하나의 시대착오적 정책은 특정분야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파악하여 선정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제정책은 특정 산업 우선 지원의 영향으로 어떻게 실패했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 가능한 한 공정하고 동등한 기회를 보장받는 정책을 기본으로 하되, 경제 성장이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 국민적 합의를 반드시 이끌어 내야 한다.(같은 책 266~267면)
마찬가지로 고등학교의 인재반 역시 가능한 한 공정하고 동등한 기회를 보장받는 정책을 기본으로 실행하여야 한다. 이것이 한국의 열린사회, 열린 경제, 열린 학교로의 도약을 한 발짝 더 앞당기게 할 것이다.
반복하지만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수능이 실시된 이후 각 학교들은 수능점수에 연연해왔다. 대학입시 성적과 내신성적에 집착하여 조금만 성적이 떨어져도 마치 미래를 잃어버린 것처럼 망연자실한다.
이른바 SKY대학에 들어간 학생숫자가 그 학교의 상태를 의미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에 학교들은 좀더 장기적이면서 큰 이상으로 교육대계를 설계해야 한다. 인재반의 학생들을 특별관리하고 그들에게 편중된 밀어주기를 하는 것은 다른 학생들에게는 고통이다.
학교에 가기 싫고, 대화하는 것도 의미를 잃을 뿐만 아니라 ‘공부’라는 잣대에 묻혀 한사람 개개인의 인성이나 개성은 무시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학생들이 가장 불행하다는 통계지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 이상 밀어주기 관행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학교의 밀어주기 관행으로 학생들의 불행지수를 높이는 일이 없어져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을 것이다.
김신영 전 이천시 중학교학부모회 회장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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