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발밑을 내려다보면 현실은 우리의 희망사항과는 전혀 딴판이다. 필요하지만, 선뜻 추진하기 어려운 국책사업들을 추진하려고 하면 사업 예정지에서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주민들이 거친 반대를 시작한다. 때로는 10년 가까이 대립하며 사회적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일을 볼 때마다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으로서 느끼는 안타까움도 크다.
행정의 최일선에서 주민들이 느끼는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피부에 와 닿기도 할뿐더러 당장 내 지역만의 이익이 아닌 10년, 100년 후의 국익을 함께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대의적인 사업이라 해도 지역 주민과의 소통이나 통의 없이 진행하는 것은 부작용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당장 공사기간에 급급해 사업 추진을 강행한다면 훗날 더 큰 문제를 떠안게 됨은 불을 보듯 훤하다. 범을 피하려다가 호랑이 소굴로 들어가는 형국이다. 그러니 길이 아니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대의를 위해서도 맞는 일이다. 님비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소통의 부재다.
정부나 공기업 등 사업주체들의 내부 결정을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반발은 당연시되며 이때부터 사업주체와 주민들 간의 힘겨루기가 시작된다. 그 싸움이 언제 끝날지는 좀처럼 알 수 없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갈등을 겪는 기간 내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정책이 결정되고 난 이후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말미암아 사업을 철회하는 경우에 생겨나는 정책 자체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다. 단 한 번의 사례라고 해도 그 파급력은 엄청나다.
이번 765kv 신 중부변전소 후보지 선정도 그렇게 청원 지역의 반발 탓에 애초 계획과는 달리 광역입지 선정으로 바뀌며 안성이 포함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애초 지식경제부는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해 충북청원지역에 2018년까지 765kv 신 중부변전소를 준공하기로 계획했었다.
그러나 추진과정에서 청원지역의 민원이 거세지자 진천으로 건립 지역을 검토하다가 다시 건립부지의 광역화 명분을 내세워 안성을 새롭게 입지 후보지에 포함했다.
지금 안성시에는 전국에 5기뿐인 765kv 변전소 가운데 한 개를 포함해 모두 5기의 변전소가 있다.
송전탑도 340개에 이른다. 전체를 합치면 전국 최대규모다. 이쯤 되면 안성시민들의 반발은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원칙이 흔들리면 원칙을 지키는 사람은 손해를 본다는 의식이 팽배해진다. 반대하면 다시 바꿀 수 있는 결정에 대해 어떤 지역에서 대형 변전소가 들어오는 것을 묵인할 것인가. 전체 사회를 위해 일정부분을 희생해야 하는 지역 사회에 원하는 사업을 추진하려면 지역민들의 마음을 먼저 읽어야 하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님비를 해결하는 가장 결정적인 열쇠는 ‘주민 참여’이다. 여기에 꾸준한 대화와 설득으로 주민들의 마음을 돌린다면 혐오시설을 우리 국토 어딘가에 들여야만 하는 일도 지금보다는 한결 수월한 방법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업의 주체인 한전은 다시 제로세팅에서 시작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라도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결론을 내는 것이 국익에도 들어맞는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황은성 안성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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