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기댈 곳 없는 노후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니다

생활수준의 향상과 의료시혜의 확대로 국민들의 생존 연령은 날로 늘어나 100세 시대가 코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에 반해 저출산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는 앞으로 부양해야 할 노인세대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연령별 인구의 불균형마저 앞당겨져 젊은 세대의 노인 부양은 점점 기대하기 어렵게 돼가고 있다.

노후가 준비되지 않은 노인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100세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에 대해 불안과 초조함을 느끼며 100세까지의 오랜 삶이 축복이 아니라 고통이라는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오늘의 노인세대는 우리나라가 세계경제 10위권의 나라로 발전할 때 기여한 세대다.

6ㆍ25전쟁 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식들을 공부시키고 먹고 살기에 바빠 노후준비는 생각도 못하고 살아온 세대다. 우리나라에 65세 이상 노인 수는 542만 여명으로 노인 빈곤율 노인 자살율은 OECD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혼자 사는 노인들의 빈곤율은 무려 76.6%에 달하며 전 연령층의 빈곤율은 14.6%로 OECD국가 중 6위인 것을 감안하면 세계 경제 10위권의 나라이지만 노인들의 생활환경은 대단히 취약한 편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기대수명은 2010년 기준 79.7세이지만 실제 병으로 앓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나이는 70.3세로 나타나 나머지 9.4년은 각종질병에 시달리다가 생을 마감하게 된다고 미국 워싱턴대 건강측정연구소가 밝혔다. 노후 준비가 되지 않은 노인 사회의 현실은 노인 10명 중 4명은 앞으로 다가올 100세 시대를 축복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30~69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생 100세 시대 국민 인식 조사결과 90세 또는 100세 이상까지 오래 사는 것을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은 28.7%에 그쳤고 축복이 아니라는 응답은 43.3% 그저 그렇다는 응답은 28%였다.

오래 사는 것을 축복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38.3%는 준비 안 된 노년기가 너무 길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30.6%는 빈곤 질병 소외 고독감 등의 문제로, 24.1%는 자식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노인 인구가 급증,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앞으로의 노후 생활은 더욱 더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젊어서 노후에 대비한 준비를 한다 해도 자녀교육, 자녀 혼사 등을 치루고 나면 노인들의 생활은 팍팍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자녀들에게 노후를 기대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구조조정이 상시화되고 퇴직연령이 낮아지면서 직장은 이미 노후 대책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고 자녀가 나이 든 부모를 봉양하는 우리나라의 끈끈한 가족 네트워크도 핵가족화 하면서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

그러니 아무 준비 없이 노후를 맞는 노인들은 생존연령이 더 길어져 늘어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친구들은 점점 없어지고 고독한 삶에 지쳐 노후를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노인들의 노후생활을 돕기 위해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4만원에서 20만원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힌 공약도 예산부족으로 소득 하위 70% 이하 계층 노인에게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방안 등을 협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년이란 살아남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라고 장수 노인들을 부러워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100세 시대가 다가오면서 노인들은 하나같이 너무 오래 살아 있는 것이 싫다는 반응과 함께 100세 시대가 축복 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창수 인천언론인클럽 수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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