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생각이 없거나 일시적 모면을 위한 것은 약속이 아니라 거짓이거나 속임수와 다름없다.
선거에서 유권자를 상대로 한 약속은 공약(公約)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공약이 지키기 위한 공약이 아니라 공약을 위한 공약(空約)이 난무하게 되면, 유권자의 정치불신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반드시 고쳐져야 할 일이다.
이러한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해 2006년 5월 31일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매니페스토(정책선거)운동이 시작됐다.
매니페스토는 선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대 포장된 장밋빛 공약 내지는 지킬 수 없는 ‘헛공약’과 달리 실현 가능한 선거공약으로 분명한 목표치와 이행기한, 재원확보 방법, 우선순위 등이 망라된 체계적이고 구체화된 선거공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매니페스토 운동은 유권자로부터 큰 호응을 받으며 선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우리의 선거풍토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으면서 그동안의 선거형태에 일대 전환을 가져온 계기가 됐다.
이미 정책선거문화가 정착된 해외 선진국의 예를 보면, 1997년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는 ‘매니페스토 10대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집권에 성공했고, 2003년 일본 가나가와현 지사 선거에 출마한 마쓰자와 시게후미는 ‘매니페스토 37가지’를 발표해 당선되기도 하였다.
또한, 매니페스토 운동은 선거에서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되는 것을 넘어 당선자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도구로 사용되고 있는데, 영국에서는 매니페스토에서 제시한 정책이 실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사례가 있기도 하다.
돈으로 표를 사고자 하는 후보자나 돈에 표를 파는 유권자가 있는 한 모든 주민이 염원하는 공명선거는 요원해 질 수밖에 없다.
선거는 주민이 참여하여 주권재민(主勸在民)을 실천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우리는 정치인이 돈에 흔들리는 유권자,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유권자를 결코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같은 지역,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표를 주는 연고주의의 장막을 걷어내고, 어느 후보자의 공약이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인지, 유권자를 현혹시키기 위한 선심성 공약은 아닌지, 진정으로 지역주민을 위해 봉사할 자세를 갖추고 있는지 등을 꼼꼼히 살피고 비교해 보는 관심과 지혜가 모여야 보다 나은 지역대표자를 뽑을 수 있다.
이제 후보자등록이 마감되어 가평군수와 경기도의원 보궐선거의 후보자가 정해졌다. 이제 유권자들은 각 가정에 우송되는 선거공보와 정책공약알리미 홈페이지(http://party.nec.go.kr)를 통해 각 후보자의 됨됨이와 정책을 꼼꼼히 살펴 어느 후보자가 신뢰할 수 있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제시하는지를 눈여겨보아 지역의 참 일꾼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 보궐선거가 더는 금품이나 흑색선전 등 불법 행위에 물들지 않는 진정한 주민들의 축제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 재 광 가평군 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