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명품 몇 개 가지고 있습니까?

1897년 16살의 이태리 청년은 영국 런던 사보이호텔에 짐꾼으로 취직했습니다. 말(馬)을 모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이 청년은 짐을 들여다 주며 손님들의 최고급 가죽가방을 눈여겨 관찰했습니다.

20살에 고향에 돌아온 이 청년은 공방에서 20년간 가죽기술을 익힌 다음 1921년 고향에서 가게를 열었습니다. 그의 고향인 피렌체는 물론 독일, 영국을 돌며 구입한 질좋은 가죽으로 그가 만든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가방은 이탈리아와 유럽전역에서 큰 인기를 누렸는데, 이 청년의 이름이 구찌오 구찌(Guccio Gucci)입니다.

며칠 전 비오는 날 출근길에 어떤 아가씨가 ‘구찌’ 가방을 메고 있었는데 가방이 비에 맞아도 가만히 있더군요. 가짜인줄 금방 알았습니다. 진짜 명품 구찌가방이라면 옷이 젖더라도 가방이 안 젖게 가슴에 품었을 건데 말입니다. 또 며칠 전 신문기사를 보니 구찌에서 1천800만원짜리 핸드백을 곧 선보일 예정이랍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치품에 중독된 나라를 대표하며, 국민의 40%가 고가의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나라로 분류되는데, ‘사치의 나라 -럭셔리 코리아’란 책에서는 한국형 사치품 소비자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분류했습니다.

첫째, 과시형 입니다. “어중이 떠중이와는 동일시 될 수 없다”라는 한국인 특유의 체면의식을 말합니다. 둘째, 질시형입니다. “나라고 못하느냐”라는 선망의식에다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평등의식이 합쳐진 경우를 말합니다. 셋째, 환상형입니다. 현재와 다른 나, 즉 변신된 근사한 나를 나타내기 위하여 사치품을 통하여 초라한 나의 모습을 감추는 갑옷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넷째, 동조형입니다. 남들이 하니까 뒤 처지거나 따돌림 당해서는 안된다는 불안한 의식에서 출발하여 ‘친구따라 강남 간다’라는 한국 특유의 집단문화가 부채질한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유형 중 어디에 해당됩니까? 본인은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사치품 소비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수입명품 천국인 나라로 성인 1인당 평균적으로 9개 정도 가지고 있답니다. 꼭 명품제품을 가지고 있어야 명품이 됩니까? 명품의 가장 큰 죄는 상품인 주제에 예술을 닮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에서 자기만 탈속물을 위한 답시고 명품을 구매하는 것은 더욱더 속물적인 몸부림이라고 보여집니다.

저는 꼭 제품만이 명품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명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영국 여왕의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왕비가 2002년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행열이 끝이 없었습니다.

2차대전때 그녀가 남긴 말들이 아직도 영국인의 가슴속에 깊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버킹엄 궁이 독일의 폭격으로 벽이 무너졌을 때 왕비는 국민을 향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여러분 걱정하지 마십시오. 독일군 덕분에 왕실과 국민 사이를 가로막던 벽이 사라졌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얼굴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녀의 재치있는 말 한마디는 실의에 찬 영국국민들에게 안심과 희망을 주었습니다.

히틀러는 전쟁중 곧잘 영국군의 사기를 북돋우는 그녀를 두고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들이 영국여왕이 백성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이고, 또 이러한 것이 진정한 명품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옷 입고, 좋은 신발 신고, 좋은 시계 차고 다니는게 명품이 아니라는 것 만은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근래 인터넷에 떠 돌았던 한국과 프랑스의 중산층 기준입니다. 한국의 중산층 기준은 30평이상 아파트, 월급 500만원 이상, 2천㏄ 이상 승용차, 1년에 해외여행 1번 등 주로 돈과 관련된 것인데, 반면에 프랑스 중산층 기준은 외국어 1개이상 구사, 악기 1개이상 다루기, 남들과 다른 특별한 요리법, 불의에 일어서고 약자를 돕기 등 문화와 관련된 것이 많습니다. 진정한 명품은 이와 같이 물질주의적 가치관을 바꾸고 취향이 고급스러워 지는 것입니다.

문 효 주 건설사업관리사 ㈜전인 CM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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