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창조사회의 표절과 건축문화

공적 인물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표절이 이슈가 되고 있다. 국회의원, 유명연예인, 고위공무원의 논문표절이 뉴스로 보도되면서 대학에서 교육하는 사람으로 크게 효과를 본다.

고등학교까지 표절이나 저작권에 대한 교육을 받아보지 않던 학생들이 대학수업의 보고서 표절을 죄책감 없이 작은 일로 생각하는 것을 보면서 항상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던 중에 표절이 사회 이슈로 부각되면서 학생들에게 좀 더 실감 있게 실천윤리로 이해시킬 수 있는 사례가 되었기 때문이다.

논문 표절이 문제가 되면 개인의 명예가 훼손된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대부분 정중한 사과로 마무리 된다. 음악이나 디자인, 컴퓨터프로그램, 신기술 등 재산권이 동반하는 표절은 법적 공방이 커지고 그에 해당하는 금전적 보상이 따른다. 모든 창작물은 저작권법과 산업재산권법을 통해 표절로부터 저작자의 지식재산권을 보호받는다.

경제적 가치에 중점을 둔 사회에서는 산업재산권에 대한 손해보상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게 되고 표절의 중요한 쟁점으로 다룬다. 그러나 표절은 근본적으로 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한 인격권의 문제이다. 저작권법이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문화와 관련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작물은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하고 정신문화영역에 속하는 권리로 저작권법은 문화기본법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작권에 대한 존중의 정도는 창작물과 저작자 존중에 대한 그 사회의 정신문화적 척도가 된다.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정신문화에 영향을 주는 건축물의 표절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 안타깝다. 새롭게 조성된 전국의 신도시가 모두 똑같고, 그 곳을 채운 건축물은 거의 유사하다. 기능과 공적 용도라는 점이 중요하게 부각되어 건축, 도시설계, 조경, 실내디자인 분야의 아이디어에 대한 독창성은 저작물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은 현실 때문이다. 그래서 설계아이디어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상을 받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개인 건축주나 공공발주처에서는 평당 설계비만 있을 뿐 아이디어 창출가치에 대해서는 비용을 책정하지 않는다. 도시를 반 이상 채운 공동주택의 설계비도 평당 단가만 산정한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대가는 없다.

공공에서 발주하는 문화공공시설 모두 마찬가지이다. 80년대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처럼 많은 건축 물량을 설계하고, 또 시공해 볼 수 있는 나라도 전 세계에서 드물다. 그러나 불경기를 통해 돌아보면 건축디자인은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이 크지 않다.

하나의 건축물을 시간을 두고 고심하여 창의적인 디자인과 기술로 개발할 수 없었던 현실에서 설계단계는 적당하게 여기저기서 모방하고, 사회적으로는 묵인하고 건축문화로 정착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현재 건축계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지만 독창적인 디자인과 기술 브랜드를 가지지 못하고 외형만 키워 온 설계분야는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앞선 나라를 뛰어 넘지 못하고 있다. 독창적인 디자인 특성이 없이는 또다시 하위산업으로 가격경쟁만 있을 수밖에 없다.

건축과 도시설계 분야는 이제 아이디어 경쟁력을 갖추고 창조화사회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핵심 분야로 인정받아야 존경받는 전문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모두가 비슷한 집에 살고, 비슷한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고, 비슷하게 자라나는 환경에서는 타인의 독창성과 창의성에 대한 존중이 커나갈 수 없다. 국민들의 정신문화를 표현하는 건축과 도시설계분야가 아이디어 저작권을 인정받는 전문분야로 위상이 정립되고 아이디어 가치가 지식재산권으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진정한 경쟁력 있는 창조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혜정 명지대건축학부 교수 한국여성건설인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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