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문화체육관광부의 변방에 머물러 있던 체육계가 제2차관에 박종길 전 태능선수촌장이 임명됨으로써 많은 기대를 갖게 됐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동안의 경제성장과 국력향상에 비례해 체육계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이나 대접(?)이 만족스러웠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 예로 정부 조직만 보더라도 체육보다 문화정책이 우선돼 체육계는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차 홀대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쾌감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역대 장관 중에는 문화ㆍ예술계 출신의 장관 일색이었고, 체육계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 그 예라 하겠다.
그러나 그 홀대의 기저에는 체육계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도리어 크게 반성해야 할 일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은 있으나 이제라도 전문체육인 출신이 처음 체육회 수장이 되고 주무부처 차관이 되었으니 다행한 일이며, 한편으로 체육계가 갖는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할 책임을 절감해야 할 것이다.
전문체육인 출신의 수장에게 거는 기대는 지난 수장들처럼 타 분야의 전문인들 보다 능력이 출중해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체육계에 몸담아 오면서 보고 체험해 온 체육계의 빛과 그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참에 체육계에 대한 고질적인 병폐를 수술하고, 개혁할 수 있는 신선한 바람을 기대하는 것도 그 이유이다.
그동안 재계, 정계의 수장들이 관행적으로 이끌어 오던 산하 경기단체운영에도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독선에서 탈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 것은 새로운 미래를 갈망하는 체육계의 염원이며 노도(怒濤)처럼 밀려오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이다. 필자는 망팔(望八)의 나이로 60여년을 체육계에 몸담아 오면서 필자가 속한 검도계에 대한 부끄러운 그늘을 짚어보고자 한다.
검도계도 마찬가지로 그동안 정ㆍ재계의 우산아래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운영체제로 발전을 저해 해온 병폐현상의 전형을 밟아왔음을 시인한다. 특히 검도는 무도의 특성을 가지면서 가치 또한 훌륭한 종목으로 해방 후 무도경기 단체 중 그 배경이 가장 좋았다.
그 대표적인 예로, 검도와 같이 출발한 유도는 올림픽종목에 진입했음은 물론 180여개 회원국이 가입된 종목으로 성장했고, 우리에게는 금메달 효자종목이 되었다. 그 보다 더 열악했고 출발도 늦었던 태권도는 204개 회원국을 거느리는 종주국이 되었다.
검도가 그 발전을 크게 그르친 사실은 다름 아닌 운영진, 특히 특정인의 독선적이고 폐쇄적인 1인 장기집권에 그 원인이 있다. 고인 물은 썩듯이, 협회의 업무를 20~30년 독점적으로 운영하며 형식상의 회장을 앞세워 실질적인 독재체제를 이어 온 음습한 현상의 결과였다. 급기야 형식상의 회장체제라는 위장막까지 걷어내고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 단독으로 회장에 출마해 취임한 행태를 눈감아 주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단체가 됐다.
이제는 도시 골목의 사소한 사건이 지구의 끝에서도 한눈에 볼 수 있는 글로벌한 세상이 됐다. 문 닫고 눈 감는다고 감춰지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구태적인 병폐를 끌어안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미혹의 어둠을 뚫고 개명천지의 밝은 세상이 오게 하려면 체육계 수뇌부의 신선한 결단과 매의 눈과 같은 날카로운 눈을 가진 우리 체육인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 수반돼야만 한다.
김 재 일 경기도검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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