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ㆍ고시텔 ‘봄날은 갔나’ … 공급과잉으로 공실률 높아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던 원룸과 고시텔이 공급과잉으로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

24일 시내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년쯤 전부터 원룸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최근에는 부동산 중개소를 통하지 않고 직거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준공 2년 미만의 신축 원룸조차 이런 사정이다 보니 지은 지 5년 이상 된 원룸의 공실률은 70% 이상이다.

원룸 위상 추락에는 업자들이 앞다퉈 원룸 신축에 뛰어든데다 오피스텔 등 신형 주거시설로 트렌드가 바뀐 것도 한몫했다고 부동산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은행에서 3억 원을 대출받아 2년 전 원룸을 지은 김모씨(51)는 방 20개의 원룸이지만 임차하겠다는 이들이 10명도 안 돼 빚만 4억 원으로 늘어났다.

김씨는 “신축 원룸이라 월세 25만 원, 보증금 100만 원으로 가격을 제시해도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인천 송도신도시 주변을 비롯해 대학가 인근에는 ‘원룸 세일’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곳곳에 원룸 월세 전단이 붙어 있었다.

공사 마감이 덜 끝난 한 신축 원룸은 보증금 없이 월세 40만 원, 풀옵션이라는 전단지가 10개 가까이 나붙었다.

대학 주변 원룸촌에 붙은 전단지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했다. 원룸 주인은 “매달 월세를 내도 된다. 월세를 25만 원 정도로 하면 보증금은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원룸이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신형 시설을 자랑하던 고시텔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고시원처럼 소규모 공간에 살림살이할 수 있도록 구성된 고시텔은 원룸 임대 가격 하락에 덩달아 맥을 못 추고 있다.

고시텔의 경우 2005년을 전후로 월 30만 원 이상에 임대차 계약이 성사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원룸 임차 가격 하락과 함께 20만원 안팎으로 떨어졌다.

부동산업계 한관계자는 “오피스텔마저 임대차 경쟁에 가담하면서 직장인들이 오피스텔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원룸 공급 과잉으로 또 다른 형태의 하우스푸어가 지속적으로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동민기자 sdm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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