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과거 식량증산 위주의 농업이 국민의 배고픔을 달래준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장기간 농약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농약의 잔류문제는 국민의 건강과 자연생태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새로운 농약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병해충의 저항성이 증가하여 방제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더 많은 농약을 사용해야만 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기도 한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먹이피라미드라는 큰 틀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공존하고 있다. 어떤 생물체는 그보다 약한 생물체를 먹이로 삼으면서 더 강한 생물체에게는 먹잇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하나의 농업기술로 도입한 것이 소위 ‘생물적 방제’ 기술이다. 병해충이 보다 강한 천적 생물로부터 방제될 수 있다는 원리인 것이다. 188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침입한 이세리아깍지벌레를 방제하기 위해 해충의 원산지인 호주로부터 베달리아무당벌레를 도입하여 크게 성공한 것이 효시가 됐다.
농업분야에서 생물적 방제에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것은 단연 천적곤충이다. 곤충은 지구상 동물의 3/4을 차지할 만큼 거대한 생물군으로 그 종류만큼이나 활용 면에서 이용가치가 높다. 최근 곤충산업이 새로운 블루오션 산업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천적곤충뿐만 아니라 애완용, 식·약용, 학습용, 화분매개용, 환경정화용, 지역축제용, 먹이사료용 등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이 중 곤충이 농업분야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과수나 채소류의 인공수정을 도와주는 화분매개용과 병해충을 방제하는 천적용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양꿀벌이나 뒤영벌과 같은 화분매개 곤충을 이용하여 시간과 인건비 등을 절약함으로써 5~21%의 소득을 올리고 있지만, 천적곤충을 이용하는 비율을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시설채소 농가에서 사용한 농가비용의 13%는 생물농약이며, 그 중에서 천적을 이용한 방제비용이 40%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천적곤충의 활용은 그 잠재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는 2007년도부터 천적곤충 개발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토착천적곤충 3종을 개발하여 농가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먼저 시설채소재배에서 방제가 어려운 흰가루병을 80% 방제할 수 있는 노랑무당벌레에 대한 연중사육기술을 개발하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특허를 출원한 상태이다.
포도나무 등 과수의 줄기 속에 숨어서 살충제로도 방제가 어려운 하늘소의 방제를 위해서 개미침벌도 개발했다. 개미침벌은 크기는 작지만 매우 빨라서 하늘소가 숨은 곳을 찾아들어가 죽게 만든다. 과수나 화훼류에 피해를 주는 깍지벌레를 방제하기 위해 어리줄풀 잠자리도 개발하였다. 본래 깍지벌레는 왁스물질로 몸을 숨기고 있어 살충제를 뿌려도 잘 묻지 않아 농가의 큰 골칫거리지만 어리줄풀잠자리는 애벌레 한 마리가 깍지벌레 440마리를 먹어치울 만큼 섭식력이 대단하다.
이러한 기술들이 실용화됨으로써 채소는 물론 과수나 화훼재배에서도 천적을 이용한 친환경 농업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친환경농업에 있어서 천적산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안전한 농산물을 위해서 우리나라 기후에 이미 적응되어 있는 토착천적곤충을 자원화하고 실용화하여 고부가 성장산업으로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
김 순 재 경기도농업기술원 환경농업연구과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