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요회 좌장의 빈자리

얼마 전 수원시청 구내식당에서 열린 수요회에 참석했다. 수요회는 지금은 고인이 된 심재덕 전 수원시장님이 만든 지역사회 모임이다. 오랜기간 수원시와 지역주민 간의 소통 역할을 해 오고 있다. 현재 염태영 시장님을 비롯한 각계의 시민 150여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매월 전체 월례회와 조별 회의를 번갈아 가며 갖고 있다.

각설하고, 수요회에 참석한 그날따라 좌장의 빈자리가 그렇게 크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좌장은 이존하 전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 회장님이시다. 아흔이 다되셨는데도 왕성한 노인복지 사업을 펼치셨다.

경기언론인클럽 조찬회 등 각종 모임에도 빠짐없이 참석하셨기에 어딜 가나 지역사회의 좌장으로 예우했던 분이다. 모임이 있을때면 언제나 20여분 전에 도착해서는 명상에라도 잠겨 있는 듯 두 눈을 지긋이 감고 시작을 기다리곤 하셨다. 육척 장신의 거구를 딱 버티고 앉아 있는 카리스마가 내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 더욱 존경해온 분이다.

남모를 기부도 많이 했다. 수원 월드컵대회 꿈나무 축구, 수원장학재단, 다문화사업 등을 후원했다.

그런 그가 병을 얻었다. 연합회 자문위원들과 제주도 출장을 다녀온 여독이 무거워지면서 투병중이다. 수요회에 참석하지 못하면서 좌장의 자리는 빈자리가 됐다. 병상의 안정을 위해서인지 면회도 사절하고 있다.

내가 그를 안 것은 경로무료급식을 시작할 무렵이었으니, 14년 전의 일이다. 심재덕 전 시장님의 소개에 의해서였다. 당시엔 수원 시내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무료급식을 하는 데가 한 곳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내 뜻을 기특하게 여긴 심 시장님이 ‘누가 뭐라 하든 묵묵히 하라’고 격려하면서 그때 수원 장안구 지회장이었던 좌장에게 ‘무료급식의 원조’ 라며 나를 소개했다. 지금의 만석공원 앞 녹색복지회 경로무료급식소 자리는 바로 좌장이 알선한 곳으로 당시에는 동네 쓰레기 더미 속에 파묻혀 있던 곳이다.

내가 그를 존경하는 것은 개인적인 일 때문만은 아니다. 노인 복지사업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의욕을 지켜보면서 그를 우러르게 했다. 일자리 만들기에 전력을 다해 노인복지를 증진하고 교통정리 등 지역사회 봉사에 앞장서 사회에 기여하는 노인상 구현에 부단히 힘써왔다.

지금의 수원 인계동 요지에 세워진 경기도연합회 사무실 5층 건물은 그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담판지어 경기도가 신축한 것이다. 대한노인회 수석 부회장이었던 좌장은 대한노인회 회장까지 출마를 고려하고 있던 참에 안타깝게 몸져눕고 말았다. 더욱 아쉬운 것은 지역사회에서 좌장 같은 열정을 갖고 멸사봉공의 정신으로 노인사업을 이끌 분이 아직은 안 보인다는 사실이다.

노인문제는 사회 뒷전이 아닌 사회정면의 중요한 일각이 됐다. 또한 노인문제는 복지사회의 중요한 맥을 형성한다. 고령사회로 치닫는 추세에서 노인문제는 소비에서 생산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한 신 경제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노인사회 역시 수동적이 아니고 능동적으로 문제를 풀어 나갈 인재를 필요로 한다. 좌장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의 갑작스러운 와병은 경기지역 노인사회의 크나큰 손실이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천정이 울릴 정도의 목소리로 훈화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수요회 월례회는 각 조별로 돌아가며 모임을 주관한다. 제11조 조장이기도 했던 그는 매번 ‘우리가 제일 잘했다는 말을 들어야 한다’며 빈틈없는 대비를 독려하곤 했다.

그랬던 좌장이었기에 그의 빈자리가 너무 커 보인다. 지면을 빌어 쾌유를 빈다.

 

이 지 현 녹색복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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