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이용객들은 빠르고 편리하고 쾌적하다는 인상만으로 인천공항을 이용하고 있지만, 무대 뒤에서는 격화되는 동아시아 항공 산업의 지형 속에서 위상을 지켜내기 위한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항공자유화로 인해 한국의 하늘길은 아시아 LCC(저비용항공사)의 각축장이 되고 있으며, 각국 정부는 LCC 전용 터미널을 건설하는 등 자국 공항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하여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이 가운데 인천공항은 5천만의 인구를 배경으로 한 제한적인 국내 시장에도 불구하고 국제선 여객 규모 세계 9위, 화물 물동량 규모 세계 2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단기간에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공항 서비스의 기준이 되었고, 2009년부터는 이라크 아르빌 공항 운영 컨설팅 사업을 필두로 해외사업까지 전개하고 있다. 괄목할 만한 성장의 비결은 다름아닌 허브공항 전략이다.
허브공항의 경쟁 원천은 항공 네트워크를 한 곳에 집중시켜 발달시키는 것에 있다. 도심 접근성을 편의성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편리한 공항을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다양한 노선이다. 항공노선은 꾸준한 수요가 뒷받침되어야만 유지될 수 있다.
인천공항은 허브화 핵심요소 중 국내 수요조건을 제외한 대부분 항목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국제선 집중을 통한 항공네트워크 강화정책은 인근 국가에서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강점으로 손꼽힌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이웃 일본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구로 나리타공항을 능가하는 55개국 176개 도시에 달하는 다양한 국제선 노선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허브공항을 갖는다는 것은 곧 그 나라의 항공산업과 서비스 산업, 물류 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국가 경제에 직ㆍ간접적으로 다양한 파급효과를 창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은 인구규모가 1천700만명에 지나지 않음에도 유럽의 허브공항으로 부상하여 자국 인구보다 2.5배 많은 4천400만명의 여객을 운송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의 경우 허브산업의 비중이 GDP의 9%를 차지하며 창이공항 허브 비즈니스로 인해 약 22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오늘날 인천공항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18조원으로 추산되며, 3만 5천여명의 직접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고 국민에게 안정적 수출입 서비스와 글로벌 기업활동, 편리한 항공여행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분단으로 인해 대륙과의 직접 교류가 막힌 한국에서 허브공항을 키운다는 것은 더욱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허브공항은 세계의 지리적 변방에 위치한 대한민국을 동북아 경제권의 중심으로 탈바꿈하도록 한다. 풍부한 항공노선을 바탕으로 한국의 국경선을 늘리고, 세계와 교류하는 길을 넓힌다. 세계 속에서 한국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더 많은 세계인들로 하여금 한국을 지리적, 심리적으로 체험하게끔 한다.
인천공항이 3단계 확장사업과 함께 제3의 도약을 시작하는 올해, 세계 최고의 허브공항을 일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고 싶다. 정부의 적극적인 허브공항 전략과 국민의 성원을 거름 삼아 막 열매를 맺기 시작한 인천공항이, 앞으로도 튼실한 과수나무로 자라날 수 있도록 공항을 가꾸는 일원으로써 소임을 다하고 싶다.
이 영 근 인천국제공항공사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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