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엘시스테마’와 1인 1악기 연주

중학교 때의 일이다. 조회가 있는 월요일이면 52인조 브라스 밴드가 국기에 대한 경례로부터 조회가 끝난 후의 행진곡까지 여러곡들을 연주해야 했다.

가끔 교장 선생님의 훈시가 길어지면 수자폰을 메고 서있는 친구의 고통이 컸던 것으로 알며, 큰북을 잘못 쳐서 행진 중인 학생들의 발이 안맞게 되는 경우 큰북을 치는 학생이 선생님께 크게 야단을 맞는 경우를 본 적도 있다.

이러한 52인조 브라스 밴드부가 아주 크게 빛이 나는 경우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매해 가을 3일간 열리는 축제 때의 일이다. 이때 52인조 브라스 밴드부원들은 모두 관현악단의 주인공들이 되어 대강당에서 클래식곡 등 수준 높은 곡들을 연주하여 관객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는 등 운동장 조회 시의 면모와는 아주 달리 연주자로서의 진면목을 유감 없이 보여주곤 했다.

필자가 중학교 때의 음악과 음악수업에 관련한 이야기들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유소년, 청소년 시절의 음악과 음악교육 환경의 영향이 한 개인의 성장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유소년, 청소년들에게 좀 더 음악과 가까이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음악활동을 펼칠 기회를 더 많이 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이다.

최근 알려진 1975년 베네수엘라에서 시작된 빈민층 아이들을 변화시킬 목적에서 시작된 ‘엘시스테마’라는 오케스트라 교육 프로그램이 범죄 예방, 협동심 및 책임감 고취라는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추진, 진행 중인 바 그 효과가 커 이를 확대 실시해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는 유소년 및 청소년들이 악기를 배우게 되면 정서 순화에 크게 도움이 됨은 물론 악기를 연주하면서 느끼는 기쁨 뿐만 아니라 배우고 연습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넣어 주는 교육적 효과까지 클 것으로 판단된다.

어디 유소년, 청소년들 뿐이랴. 성인들의 경우에도 음악을 통하여 나름대로의 음악활동을 통하여 내면적인 삶을 풍요롭게 해나갈 수 있으리라고 판단이 된다.

최근 주위에 악기를 배우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이에 대한 방증이 아닐까 한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우리 경기도가 ‘도민 1인 1악기 연주할 수 있기 운동’ 사업을 펼쳐 나갈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 사업은 경기도가 주체가 되어 각 시ㆍ군 자치단체와 협의하여 장ㆍ단기 계획을 세워 유소년, 청소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실시해 나갔으면 한다.

만일 1인 1악기 연주가 가능해지면 이를 바탕으로 하여 어떤 형태로든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으로 판단이 된다.

필자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이 같은 악기 연주 지도와 오케스트라의 지휘 등을 위한 인적 자원과 기관들은 국내외에 얼마든지 있는 것으로 안다. 오히려 이러한 사업의 진행은 악기 지도 및 오케스트라 지휘라는 음악분야에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가능케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도민 1인 1악기 연주가 가능해져 경기도 내의 모든 초ㆍ중ㆍ고교에서의 오케스트라 연주와 경기도 내 모든 시ㆍ군의 차원을 넘는 각 동별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면 이는 너무 성급하고 섣부른 기대가 될까.

필자는 욕심이 될지도 모르지만 ‘도민1인 1악기 연주할 수 있기 운동’ 사업은 경기도와 각 시군이 하려고만 한다면 얼마든지 추진, 성공할 수 있는 사업으로서 이를 경기도와 각 시ㆍ군이 적극적으로 검토 추진해 나갈 것을 강력히 제안한다.

 

김 태 웅 전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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