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양치기 소년’ 같은 소방시설

소방시설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이를 탐지하고 주위에 통보하는 시설, 불을 끄기 위한 시설, 소화에 필요한 물을 확보하기 위한 시설, 소방대원의 활동을 돕기 위한시설 등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웨~에~엥”지금 건물 내에 화재가 발생하였으니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반복) 실제 화재상황이 아니고 소방시설 오동작으로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대피안내음성이다. 1년에 서너 번씩 오동작으로 주민들은 귀를 막고 서성이며, 출동한 소방관들에게 시끄럽다고 짜증을 낸다.

지난해 1년간 경기도 소방관서에서 소방시설 오동작으로 화재오인 출동한 건수는 2천700여건으로 하루 7~8건 출동한 꼴이다. 아무리 대한민국이 IT강국이라고 하지만 소방시설 설치 유지관리 실정은 후진국 수준인 듯하다. 대부분 건물에서는 소방시설관리를 위탁으로 소방업체에 맡기고 있으나 제대로 관리가 되질 않고 있다.

잊을만하면 울리는 비상벨 소리가 이젠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처럼 거짓 벨소리”라며 안전 불감증은 더욱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

실제 화재상황이었다면 인명, 재산피해도 막을 수 있는 소방시설. 인근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 유일하게 주민들을 화재에서 지켜줄 수 있는 소방시설이 오동작으로 믿음이 가지 않는 애물단지로 전락한다면 그 누가 소방기관이나 소방시설을 신뢰할 수 있단 말인가. 소방시설 설치 업체에서는 주먹구구식의 설치 및 유지관리로 대형사고 나 인명피해로 “소 읽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소방시설 불량시공, 오동작에 따른 막대한 수손피해 시에도 선량한 국민들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소방시설 설치 유지관리법도 강화시켜야 한다.

오산소방서 최원갑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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